김정남, 숙련된 정치인으로 변신 성공?

▲김정남 ⓒ연합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27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또 다시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동선을 추적 보도하고 있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김정남은 이번에도 외교관을 능가하는 정치적 수사로 일관했다.

김정남은 “자신이 정치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후계자 선정과 관련 “아버지의 지위를 누가 이어받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4일에도 막내 동생인 정운(26)이 후계자가 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어떤 정보도 없다. 동생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차기 지도자로 당신을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질문에 “그건 사실이 아니며 잘못된 정보”라고 부인했다. 또 ‘집단지도체제 등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며 “(자신은)후계구도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남이 두 차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후계 문제는 김정일이 결정할 문제이고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자신은 정치에 관여하지도 않고 있고 후계 문제에 관심도 없다. 자신의 형제들을 둘러싼 후계 선정과 관련된 루머는 사실이 아니거나 적어도 자신은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김정남의 답변이 정치적 수사로 일관됐다는 점은 직접 자신이 답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도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김정남은 그와 장성택의 관계에 대해서까지 “민감한 문제이므로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스스로 말한 대로 ‘자신이 정치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 고모부인 장성택 행정부장과의 관계가 민감한 사안이 될 이유가 없다.

중국이 차기 후계자로 자신을 지원하고 있다는 질문을 극구 부인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정운이 후계자로 선정됐다는 질문에는 “아는 바가 없다. 직접 물어보라”며 다소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중국 지원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며 잘못된 정보”라고 확연히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 그 저의를 궁금케 만들었다.

김정남의 몇 마디를 잘게 잘라 들여다본다고 해서 그의 의도가 모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김정일 후계자 후보군의 한사람으로서 외부사회가 유일하게 접촉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 행간의 의미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김정남은 일찍이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최근 들어 중국과 장성택의 후원을 등에 업고 북한 후계구도에서 유력 후보로 재등장하는 모양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최근 “김정남이 중앙당 과장급 이상에서는 ‘새별장군’으로 불려지고 있다”면서 후계자로서 낙점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장성택과 함께 지방 현지지도를 하면서 후계수업을 쌓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은 “장성택이 현지지도에서 김정남을 직접 ‘새별장군’이라고 칭했다가 김정일로부터 함구령을 받았다”면서 “간부들이 후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절 입을 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베이징에 나타난 김정남의 언행은 이전보다는 확연히 정치적이라는 냄새를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이번 김정남의 발언을 토대로 북한 후계구도를 정철과 정운 양자대결로 몰아가는 것도 성급한 느낌이다.

김정남의 발언에서 사실 그대로 눈여겨 볼만한 대목으로 딱 한가지가 짚인다.

“후계자 문제는 아버지만이 결정할 문제이고 그 대상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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