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中호텔서 취재진 30여명 따돌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8)이 24일 갑자기 중국 베이징에 나타나면서 각국 언론들은 ‘신출귀몰’한 그의 행적을 쫓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그가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나타난 것은 24일 오전.

그의 얼굴은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방북 후 귀국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언론사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됐다.

베이징에서 가끔 목격되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많이 달랐다.

‘내가 김정남’이라고 시인하면서 예상 외로 우호적으로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더 많은 모습을 담기 위해 취재진들은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간 그를 차량으로 뒤쫓았다.

그가 쿤론호텔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한 취재진은 무작정 기다렸고 예상 외로 호텔로비로 내려온 그는 매우 이례적으로 비교적 성의껏 인터뷰에 응했다. 그때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가 호텔방으로 올라간 뒤 그의 행적을 쫓기 위한 취재진의 기다림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의 행적은 묘연해졌다.

한국과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외신 기자들까지 어림잡아 30~40명의 취재.카메라 기자들이 1층 로비의 엘리베이터 앞과 정문 등 예상되는 출입구에 진을 치고 물샐틈없는 ‘경비 아닌 경비’를 서기 시작한 것.

‘경비 업무’는 밤늦도록 계속돼 일부 기자들은 꼬박 밤을 새기도 했으며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취재진을 허탈하게 만든 것은 25일 오전 10시40분께 쿤룬호텔의 한 여직원이 찾아와서 한 말이었다.

“그 사람은 어제 오후에 호텔을 빠져나가 밤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체크인한 그 방은 이미 체크아웃이 끝나 짐도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기자들의 경비에 ‘물샐틈’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30~40명의 취재진 중 그가 전날 오후에도 나가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여직원은 “우리 호텔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통로 등 여러 출입구가 있다”면서 “취재진이 많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 다른 호텔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행적을 쫓으려는 취재진 중 일부는 김정남이 이날 호텔을 떠나 평소 자주 드나들었던 마카오 등 외국으로 떠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공항으로 향하기도 했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북한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중국 등 외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 정도로 해외에 자주 나가 있다”면서 “이번 행보가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