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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납북자 가족들이 정부의 도움 없이 지난 6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국전쟁납북사건사료집1’을 최초로 발간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27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료집은 북한의 ‘납북자는 없다’는 주장에 대한 완벽한 반론”이라면서 “남북 당국은 전시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북한의 6·25 전시 납치 만행에 관한 통합된 사료가 없었던 상태여서 이번 발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가족회는 이번 사료집 발간을 통해 향후 전시납북자 문제의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미일 이사장은 회견에서 “6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의 역사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료집이 발간됐다”면서 “사료집 발간을 계기로 전시 납북자 문제도 전후 납북자 만큼 공론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전시 납북자 문제를 아직도 이념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고 인권을 옹호하던 분들이 오히려 ‘전시납북자’라는 단어조차 인정하지 않아 가족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료집 발간은 납북자 운동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면서 “국제적인 납북자 관련 자료 수집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6·25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편 사료집은 지난 6년 동안 납북자 가족들이 직접 명부를 발굴하고 수집, 정리해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사회의 무관심과 정부의 냉대에 이중으로 고통받았다. 직접 발로 뛰고 사비를 들여 자료를 수집한 결과 총 1150여 쪽에 달하는 사료집이 나오게 됐다.
이 사료집에는 지난해 4월부터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직접 면담해 채록한 57건의 생생한 증언이 수록돼 있다.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증언에서 “정부는 지난 50여 년 동안 전시 납북자 가족들을 보호하기는 커녕 연좌제로 탄압해왔다”면서 “이제는 납북자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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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이산가족 상봉 통보를 받았다 전격취소 당했던 전시 납북자 이봉우 씨의 아들 상일 씨는 “추석에 아버님 제사를 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면서 “아버님의 생사확인조차 안되고 있으니 가슴이 이미 숱검댕이가 다 됐다”고 말했다.
또한 사료집은 지난 1957년 당시 대한적십자사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받은 육필신고서 7000여건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신고서는 납북 상황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는 데다 탈출해 돌아온 사람들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기록돼있어 실증적 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료집은 1947년 ‘남한 인텔리들을 데려오라’는 김일성의 교시가 담긴 자료를 공개해 북한 정권의 조직적인 납치 행위였다는 것을 방증 해주고 있다.
한편, 가족회는 ‘전쟁 납북자는 없다’는 내용의 9월 5일자 북한 노동신문 논평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북한은 전쟁 납북자의 존재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