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김일성 사망 25주기를 맞아 북한 내부에서 대대적인 추모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평양시 당 위원회 명의로 준비하는 꽃바구니에서 문제가 발생해 관련자들이 처벌받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수령님(김일성) 서거 25돌 당일 평양시 당 위원회의 추모의 꽃바구니 속에 거품수지(스티로폼)를 집어넣은 꼼수가 들통났다”면서 “온실(비닐하우스) 생화가 부족해 거품수지로 부피를 늘린 것인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행사 당일 스티로폼을 채워 넣어 그럴듯하게 꾸민 평양시 당 위원회 명의의 추모 꽃바구니는 만수대동상 및 조선혁명박물관을 담당하는 중앙당 선전선동부 책임부원에게 곧바로 지적당했다.
그러나 이 일이 여기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윗선에까지 보고되면서 사태가 더욱 엄중한 방향으로 흘렀다고 한다. 애도 기간 총화보고서에 관련 사안이 기재돼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물론 조직지도부에도 보고됐다는 것.
이에 결국 연대책임을 지고 평양시당 선전선동부 책임부원 림모 씨는 경고처벌을, 시당 선전선동부 부원 김모 씨는 엄중경고 처벌을, 시당 전용 온실 지배인 배모 씨는 철직(직위해제)돼 온실 원예사로 좌천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이번 평양시당 일꾼 처벌과 관련한 보고 내용은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게 전달됐으며, 그가 처벌 비준까지 전부 맡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중요 행사에서 불거진 사건·사고들을 직접 다루고 본인 선에서 처리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이 격상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직책 변동 여부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지만, 실질적인 지위는 부장급 이상으로 올라섰다는 설명이다.
실제 소식통은 김여정을 ‘부장’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꾼들은 ‘김여정 부장이 혁명의 수도 평양의 당적·행정적 문제들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전히 국내에서는 김여정의 지위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일성 사망 25주기 당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여정이 주석단 1열, 김정은 국무위원장 우측 4번째 자리에 앉은 것이 확인돼 ‘권력 서열이 10위권 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북한 매체 보도에서는 이름이 22번째로 등장해 ‘서열을 명확히 판단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북한 정세 브리핑에서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 제고와 관련, “직책과 관계없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특정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광폭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연은 또 “공식적 지위보다 ‘백두혈통’이라는 인격적 지위에 기초한 실질적 위상이 증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과거 김정일-김경희처럼 친여동생인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심리적 안정 유지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