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일 하루 앞두고 동상 조명 꺼져…원산시 ‘발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4월 14일 게재한 김일성 동상 사진.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일성 사망일(7월 8일) 하루 전 강원도 원산에서 김일성 동상의 조명이 5시간가량 꺼지는 사고가 발생해 보위부가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강원도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 사망 26주기를 하루 앞둔 7일 원산시내에 있는 김일성 동상 주변의 조명이 꺼지는 사고로 보위부는 물론 동상관리소 책임 간부들까지 모두 비상 소집돼 현장으로 뛰쳐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보초를 서고 있던 근무자들은 7일 12시 자정에 갑자기 조명 전체가 꺼졌는데, ‘누가 감히 동상 전기를 끊겠냐’는 생각에 30분 정도 기다리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불이 들어오지 않아 이상함을 느끼고 보위부와 동상관리소에 신고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7일 새벽 2시 원산시당의 사적 담당 일꾼들과 동상관리소 및 송배전소 일꾼들, 그 외 보위부, 안전부 성원 등이 모여 정전 원인을 규명하려 했으나, 끝내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결국 다른 곳의 전기를 끌어다 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새벽 5시께야 다시 동상의 조명을 밝힐 수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후 관계자들은 날이 밝은 뒤에 다시 동상 주변의 전기 상태를 점검하고 심의를 열어 ‘회로 자체가 누전된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번 사안은 수령님(김일성)을 모시는 사업에서의 실수로 정치적인 문제로 누구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관련 일꾼들 외에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불과 하루 만에 원산 시내에 동상 조명이 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회로가 시작되는 종합전기선을 어떤 반동분자가 자른 것이다’ ‘비 온 뒤에 조명이 이따금 껌뻑거릴 때가 있었는데 동상 시설 보수를 소홀히 한 동상관리소 일군(일꾼)들의 잘못이다’는 등의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사건이 아직 종결된 것이 아니어서 보위부와 안전부가 힘을 합쳐 내적으로 조용히 수사 중에 있다”면서 “이 일이 만일 수령님 서거일인 8일에 일어났다면 책임 있는 일군들이 해임되거나 철직되는 대형 사건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