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김일성이 70년 전에 《인민보건사업을 강화할 데 대하여》를 발표한 날입니다. 이날을 기념해 청년중앙회관에서는 중앙보고회가 진행됐습니다. 보고자로 나선 강하국 보건상은 김일성의 이 노작은 “역사상 처음으로 근로인민대중을 중심에 놓고 보건사업을 발전시키는 데서 나서는 이론 실천적 문제들에 가장 명확한 해답을 준 백과전서적인 대강이며 당의 보건사상과 이론이 집대성된 불멸의 총서”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내용을 떠나서 1947년도에 인민보건사업에 관심을 갖고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합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때부터 방역사업, 위생문화사업, 치료사업, 보건일군양성사업 등 많은 과업과 방도들을 제시했습니다. 1980년에는 무상치료, 예방의학 등 북한인민의 건강보호를 골자로 하는 인민보건법까지 제정했습니다. 이렇게 오래기간 동안 인민보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면 북한의 의료 상황은 크게 발전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무상치료는커녕 아파도 병원에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가재 천이나 항생제, 심지어는 마취제까지 환자가 몽땅 준비해 가지고 가야 합니다. 거기에다가 수술을 집도한 의사, 간호원한테 인사치레까지 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치료를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 하나 뽑자고 해도 마취제를 본인이 사가야 하고, 감기 정도는 개인들이 시장에서 약을 사서 치료합니다.
약품이 부족해 얼음(필로폰)이나 아편을 진통제로 사용할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쯤되면 무상치료는커녕 의료보건체계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당 간부를 비롯한 북한의 권력자들을 위한 봉화진료소요, 남산병원이요, 어은종합병원 같은 곳에는 한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약품과 의료설비 그리고 훌륭한 의사들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김일성과 김정일이 주체적 보건발전의 앞길을 환히 밝혀줬다느니, 오늘날 김정은에 의해 최전성기를 맞이했다’느니 하는 따위의 선전 자체가 창피한 줄 알아야 합니다. 북한 인민은 무상치료제니, 예방의학이니 하는 허울좋은 선전선동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새로운 의료체계 도입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허황된 선전에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민들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보건사업을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