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을 ‘김마두(마적 두목) 동무’로 불렀다”

1985년 국토통일원(지금 통일부)이 펴낸 북한 대학생들의 생활이라는 책자에는 당시 북한에서 사용되는 체제 비난 은어가 소개되어 있다.


1980년대는 북한 식량난이 본격화되기 전이다. 군대에는 고기반찬이 제공되고 주민 배급도 정상적인 시절이다. 북한 당국의 주민통제 시스템도 강력하게 작동됐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우상화는 신격화로 치달았다.


따라서 주민들의 김정일 부자에 대한 경외감과 충성심, 체제에 대한 충실성이 강하게 유지되던 시기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북한 대학생들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비난하는 낙서를 하고 은어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이채롭다.


1960년대 초에 원산농업대학 화장실에서 김마두 동무, 김인백 동무라는 낙서가 발견됐다. 이후 북한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고 한다. 김마두 동무는 김일성은 마적단 두목이라는 뜻이고, 김인백은 인간 백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미친 싸바카’는 싸바카(개를 뜻하는 러시아어)와 미친의 합성어로 김일성을 빗대는 말이다. ‘번지 없는 주막’은 ‘김일성 궁전’을 일컫는 말로 김일성 집은 주소나 번지수가 없다는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또 김일성 때문에 해방 이듬해 춘궁기에 콩떡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며 콩떡장군이라고 부르고, 김일성이야 말로 맨 먼저 숙청해야 할 대상자라는 뜻으로 ‘1호 대상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시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김정일은 ‘햇내기’라고 불렀다.


또 당정 권력 상층부를 푸주간이라고 비꼬았는데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일삼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김일성은 이 때문에 김피내로 불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김일성을 향해 ‘수령은 짧고 인민은 영원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김일성의 독재를 저주하는 말로 쓰였다.


이와 같은 용어가 사용됐는지에 대해 탈북자들에게 문의하자 극히 소수가 사용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들어보지 못한 용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새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은어들은 과거에 비해 덜 원색적이지만 김정일, 김정은 두 사람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담겨 있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널리 쓰인다는 점도 특징이다.


1990년대부터 이러한 은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만성적인 식량난과 생활고로 인해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북한에서는 지인들 사이에서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기가 힘든 것은 지도자가 군사만 중시하고 나라 경제나 인민들의 생활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거나 “군사에 투자하는 십분의 일만 인민생활에 돌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김정은이가 아버지보다 더 주민을 잡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고 한다. 


최근에 주로 들려오는 은어로는 김정일을 빗대 ‘저치’ ‘그치’라는 표현이다. 또 ‘아바이 동무’라는 말도 있는데 한국말로 치면 ‘저 양반’ 정도 된다. 또 ‘배불뚝이’ ‘그 친구’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김정일의 권위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김정은에 대해서도 “꼬맹이 놈이 뭘 안다고 나라를 다스려”, “철없는 녀석이 나라를 다스리면 애비보다 더할 텐데 걱정”, “(김정은은) 허수아비이기 때문에 밑의 간부 놈들이 더 악착같이 백성을 빼먹을(착취할) 것”이라는 말이 돈다. 또한 3대세습을 비꼬며 ‘곰 세 마리’ 노래가 유행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에 대한 은유적인 비방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이 극소수에서 일반으로 확대된 것이 과거와의 차이점이다. 카다피의 별명은 ‘아랍의 미친개’이다. 그의 처지는 풍전등화이다. 북한의 ‘미친 싸바카’도 수년 내 사라질 전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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