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출신 러 전문가, 北 변화를 말하다

2009년 북한의 정세는 숨가쁘게 전개돼 왔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단행해 국제사회의 단합된 제재를 받았고, 후계자로 내정된 3남 김정은(운)에 대한 선전작업이 공개적으로 시작, 중단, 재개를 반복했다.


11월 30일 갑작스럽게 단행된 화폐개혁은 북한주민들을 경악시켰다.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화폐개혁으로 전례 없는 내부 반발에 직면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시행 당일 본사가 특종으로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는 북한 소식통들에 의해 내부 정보가 신속하게 밖으로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북한은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 더 이상 70~80년대처럼 강력한 권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심은 김정일에 등을 돌렸고 철통 같던 감시와 통제는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이는 북한의 질적 변화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최근 북한의 격변이 임박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돌고 있는 가운데 안드레이 란코프 러시아 출신 국민대 교수는 ‘북한 워크아웃'(도서출판 시대정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북한의 변화를 위한 러시아 학자의 고언이 담고있다.


저자는 구소련 몰락을 몸소 체험하고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교 조선어문학과에 재학한 경험이 있는 한반도 전문가이다. 그는 러시아인의 눈으로 남한과 북한 사회를 두루 경험하고 진단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시작하기 앞서 저자는 남한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통일공포’ 즉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와 통일이 초래할 사회적 모순, 불안정 등에 대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대신 저자는 분단으로 인해 지출되는 ‘분단 비용’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따져 묻는다. 저자는 통일 직후 북한의 복구 사업으로 대규모의 ‘통일 비용’이 지출되지만 이는 길어도 15~20년 사이에 극복할 수 있는 도전으로 보고 있다. 반면 남한은 현재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저자는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해 한국이 직면할 여러 도전과 문제를 미리 살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기구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 공조를 6자회담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6자회담의 참가국 명단에는 남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들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북핵 뿐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저자는 통일 후 남과 북을 인간, 경제, 기술 등의 부문에서 하나의 국가와 사회로 다시 묶지 않으면 혼란, 실망 그리고 상호 적대감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때문에 이 복잡한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사회를 ‘작은 북한’으로 보자고 제시한다. 즉 ‘작은 북한’인 탈북자 사회에서 성과를 보인 정책은 ‘큰 북한’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탈북자에 대한 잘못된 정책은 민주화된 북한에서도 실패 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때문에 북한 사회의 특성을 잘 알고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저자는 탈북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탈북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어 저자는 “북한 문제는 현 북한 체제가 무너진다 해도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며 “통일한국의 건설을 위한 정책을 공개적으로, 실천적으로 토론할 때가 왔다”고 글을 맺는다.


통일에 대한 우울한 미래를 그려본 적이 있다면, 혹은 북한의 변화 과정에 대한 절박함을 간과하고 있다면 안드레이 란코프가 쓴 ‘북한 워크아웃’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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