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총장 겸 고등교육상 5개월 만에 교체된 배경 보니…

당 법무부 검열서 중앙대학 입시비리·간부 자녀 농촌동원 제외 등 문제 제기돼 결국 해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전날(15일) 개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열린 북한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리국철 고등교육상 겸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이 전해졌다. 교육부문에 대한 당의 검열 과정에서 여러 중대한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총책임자의 무책임성과 보신주의적 태도가 강하게 지적됐다는 전언이다.

7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당 법무부가 올해 초부터 사법부문을 비롯한 전 부문에 전면적인 검열을 진행해 전원회의를 앞두고 실태 요해(了解·파악) 종합 보고를 올렸는데, 당에서 중시하는 후대교육사업을 담당하는 교육부문에서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교육상이 바뀌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당 법무부의 검열로 중앙대학들에서 나타나는 입시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앙대학의 입학시험 문제가 암암리에 뒷거래되고 있음에도 교육성이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이를 단속도 하지 않는 등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 지적됐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평양서 대학입시 앞두고 시험문제 ‘뒷거래’ 성행…과목당 가격은?)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김일성대, 평양의대, 김책공대 등 중앙대학들의 입학시험 문제가 다 팔렸는데 당 법무부가 이번 검열에서 올해 시험문제 거래 가격을 쫙 나열해 문제 현상에 관한 200쪽이 넘는 보고자료를 만들어 올렸다”고 말했다.

당은 해마다 중앙대학 입학시험 문제가 뒷거래되는 실태를 방관해온 교육성의 무책임한 태도로 소위 돈 있는 집안의 자식들의 중앙대학에 부정 입학하는 심각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교육상에게 물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아울러 농업 생산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 올해 중앙대학에 다니는 간부 자식들이 단 한 명도 농촌지원에 나서지 않았다는 검열 보고까지 올려져 맹종맹동을 일삼는 교육부문에 대한 강한 질타가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자연재해에 이어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연일 국가적인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해 농업에서 성과를 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지원의 중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 학생들을 책임지고 동원해야 하는 교육기관이 권력에 휘둘려 돈을 내고 동원을 피하는 행태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런 문제들을 총책임자인 교육상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했는데, 그(리국철)는 전임자가 인계해준 서류만 받아봤지 실태를 직접 요해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운 일이 없었다”며 “당에서는 의욕과 책임성, 충성심이 부족해서 이런 문제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조국의 만년대계인 후대교육사업을 이런 식으로 해서 되겠냐고 질책했다”고 했다.

이로써 결국 리국철은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일성대 총장 겸 고등교육상에 임명됐다가 지난달 당 전원회의에서 해임돼 반 년도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대학 교수직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식통은 후임자로 밝혀진 김승찬에 대해 “특별한 공로가 있는 것은 아니나 조직관리 면에서 뛰어나고 가만히 앉아 뭉개는 식으로 사업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수재형 학위학직 소유자고 특히 오랫동안 김일성대 총장을 지낸 태형철이 그를 추천했다고 해 믿을만한 사람을 앉힌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