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퇴출 초강수…北반응 주목

현대아산이 5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갖고 예고된 대로 김윤규 부회장에 대한 퇴출이라는 초강수를 둠에 따라 북측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그간 북측은 김 전 부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하는 대신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김 전 부회장의 일선 복귀를 강력히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큰 배신감을 느끼고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와 북측의 관계는 지난 7월16일 김 전 부회장의 주선으로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전격 면담, 백두산과 개성관광이라는 선물을 받아올 때까지만 해도 순풍이 예고됐다.

북한의 주간신문 통일신보는 당시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면담을 “현대가에 대한 의리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을 만큼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북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빈소에 조문단을 보내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몽헌 회장의 금강산 빈소에도 대표단을 보냈을 정도로 현대가와의 의리를 중시해왔다.

하지만 양측 관계는 현대측이 8월초 김 전 부회장의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균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남북경협 관계자는 “북측은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의 대북사업을 이끌어왔으며 김 위원장과도 막역한 사이인 김 전 부회장을 배제하려는 현대측의 조치에 강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측의 북측 사업 파트너인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7일 통일신보에 기고한 글에서 “(김 위원장이) 2000년 9월 현대가 추진하고 있는 금강산사업지구를 찾아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에게 몸소 6.15 시대에 길이 전해갈 불멸의 친필을 남겨주셨다”며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북측은 8월말 “9월부터 금강산 관광 인원을 600명으로 축소한다”고 통보하고 금강산 북측 출입사무소(CIQ)에서 현 회장의 핸드백까지 철저하게 검색하는 제스처를 통해 우회적으로 불쾌감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이 즈음 평양골프장을 방문한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에게 개성관광 사업을 제안하면서 현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해왔다.

이는 북측이 김 전 부회장 거취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경영권 간섭으로 비치면서 남북경협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행히 정부가 지난달 13∼16일 제16차 장관급 회담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올리고 중재에 나서 현 회장과 현대의 북측 사업 파트너인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의 면담을 주선키로 약속함에 따라 한때 봉합되는 국면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측이 내부감사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 전 부회장의 퇴출을 강행함으로써 북측에서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북측은 서서히 고조되고 있는 남북경협의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측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현대와 관계 단절이라는 강경 조치보다는 신중한 대응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남북경협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사업에 비판적인 보수 여론 주도층이 남측에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도 행동 반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측이 대응에 나선다고 할 경우 금강산 관광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거나 관광 인원의 추가 축소, 혹은 미지급 관광 대가의 청산을 요구하는 방식 등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금강산 관광은 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 억류사건으로 40여 일 간 중단되고 2003년 4월에는 사스(SARS.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60여 일 간, 그해 8월에는 정몽헌 회장 사망으로 일 주일 간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반면 이번 사태가 북측으로서는 ‘현정은호’가 이끄는 현대와 의리 관계에서 벗어나 냉정한 계산에 입각한 대북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현대의 대북사업 1세대들이 모두 물러남에 따라 북측도 더는 현대가와의 의리에 연연해하지 않고 경쟁 체제로 대북사업을 이끌어 가려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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