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의원, 제발 좀 정신 차려라”

▲ 2003년 정치개혁법안 상정에 항의하는 김원웅 의원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이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

김 의원은 16일 납북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납치 피해자들과 메구미는 전후 냉전체제의 희생자”라면서 “메구미 양의 원혼을 달래는 것은 이 냉전체제의 해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도덕한 냉전체제의 끝자락을 붙들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메구미 양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일”이라며 “일본 사회는 외눈박이 인권의식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 국민이 납북피해자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일제에 의해 강제연행된 수십만의 조선인 ‘메구미’ 가족들도 일본국민이 관심을 갖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평소 독립군의 후손을 강조하며 ‘민족자주’와 ‘남북공조’를 주장해온 바는 익히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여당 내에서도 가장 반미성향을 드러내왔다. 북한을 범죄집단으로 규정한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하라는 국회결의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외세를 배격하고 민족공조에 집착하는 김 의원에게 일본의 납치문제가 여간 탐탁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김 의원의 이러한 이념적 성향에 대해 뭐라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납치로 딸을 잃은 피해자 부모에게 ‘일본사회의 인권은 외눈박이’라며 ‘일제 징용자와 위안부를 기억하라’는 식의 편지를 보낸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메구미는 열 세살의 나이에 집으로 오는 골목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돼 끌려갔다. 공작선 바닥에 갇혀 북으로 끌려가면서는 열 손가락이 짓무르고 피범벅이 되도록 배를 긁어가며 ‘엄마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김 의원 발언 국회윤리위 제소감

메구미 부모들은 딸을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딸이 북한에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메구미 부모는 납치된 딸이 북한에서 또 다른 한국인 납치피해자와 결혼한 것을 알고 사돈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김 의원은 일본 정부의 전후 처리문제가 불만이거나, 일본 내 여론이 못마땅하면 일본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편지를 쓸 일이다. 납치된 딸의 사돈을 만나러 온 메구미 부모에게 일제 징용자와 위안부 문제를 들먹이며 역사적 책임을 통감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괴당한 자식을 찾는 부모에게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도 억울한 피해자가 많은 것을 알기나 하느냐며 충고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 정도면 김 의원의 심보가 어디에 있는지 적잖이 드러난다.

일제시대 강제로 동원된 수백만의 조선인 문제에 대해서는 사죄와 보상의 문제다. 요코다 메구미 문제는 북한 당국이 모든 것을 솔직히 밝히면 원상복귀가 가능한 사안이다. 납치범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김 의원이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런 역사를 납치문제에 끌어들여 본말을 뒤집는 것이 징용자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도 무슨 도움이 되는가? 김 의원의 편지는 결국 납치문제에 대해 ‘일본, 너희들이나 잘해라’는 식의 반일 여론을 불지르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적잖이 의심된다.

김 의원은 메구미가 냉전체제의 희생양이기 때문에 냉전체제의 해체가 메구미의 원혼을 달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도 궤변에 불과하다. 공작원 양성 등의 목적으로 한국, 일본, 바레인, 홍콩, 마카오, 프랑스, 이탈리아 사람까지 무차별하게 납치한 것이 냉전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김 의원은 납치의 본질이 냉전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 민간인 납치를 주도한 김정일과 북한정권의 범죄적 속성 때문임을 분명히 알아두어야 한다.

김 의원이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메구미 부모에게 일본의 인권관을 묻기 전에, 김정일에게 납치자 문제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결국 납치범에게는 말 한 마디 못하고, 그 피해 부모에게 역사적 연대책임을 묻는 것은 북한의 납치범죄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의원은 편지 마지막 부분에 국회 윤리특위위원장이라는 명의를 사용했다. 이 편지야말로 윤리특위에 제소해야 될 비상식적인 것이다. 최근 윤리위에 제소된 ‘여기자 성추행’ 문제보다 죄질이 훨씬 심각하다.

그는 딸이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 메구미 부모에게 냉전체제를 해체해 메구미의 원혼을 달래자며 메구미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리고 메구미를 희생시킨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데 메구미의 조국이 비협조적이라고 탓했다. 납치 피해 부모에게 궤변으로 가득찬 편지를 보내 딴죽을 거는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신주현 취재부장 shin@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