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냉전희생 메구미 인권거론은 비양심” 황당 주장

▲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좌)과 요코다 시게루 씨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이 방한 중인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 씨에게 ‘납치 피해자들은 냉전체제의 희생자’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 납북자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16일 오전 주한일본대사를 통해 시게루 씨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메구미 양은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된 것인 동시에 전후 냉전체제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세기 냉전과 대립 속에서 남과 북은 서로 수천 명의 공작원을 남파하고 북파하면서 수많은 납치를 자행했다”며 “이 부도덕한 냉전 체제의 끝자락을 붙들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메구미 양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어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분단 극복과 평화체제 구축에 비협조적인 국가로 비춰지는 나라가 바로 당신과 메구미 양의 조국, 일본이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자신들의 문제는 선반위에 얹어놓고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만 애써 보려는 편협한 분위기가 일본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도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비난했다.

그는 일제시대 강제 징용된 한국인들을 들어 “한국에는 아직도 수십만의 ‘메구미’가 있다”며 “심지어 조선인 ‘메구미’들 중에는 사후에 야스쿠니 신사에 봉안되어, 죽은 영혼마저도 지금까지 일제의 강제연행에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당신이 한국 국민들이 메구미 양에게 관심을 갖기를 원하듯이 일제에 의해 강제 연행된 수십만의 조선인 ‘메구미’ 가족들도 일본 국민이 이들에게 관심을 갖기를 원한다”면서 “이번 방한 길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징용자, 군 위안부와 그 유족들을 만나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납북자 단체 “당신 지역구 납북자 가족 몇명인 줄 아나?”

김 의원이 시게루 씨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대해 납북자 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게루 씨를 양아버지로 모시고 있는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 회장은 “온 국민이 응원해서 이(납북자) 문제에 힘을 보태려고 하는데 무슨 의도로 이런 편지를 보내는지 안타까울 뿐”이라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렇게 반인권적인 편지를 보낸 것이 창피하다”고 흥분된 어조를 감추지 못했다.

최 회장은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납북 피해자 가족이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나 알고 있으며, 그들을 만난 적이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외면 속에서도 가족의 송환을 위해 외롭게 싸워나가고 있는 가족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가 됐다”고 분개했다.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 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시게루 씨에게 대한민국 국회가 가장 큰 아픔을 주고 있는 것 같다”며 “납북자 문제를 조금이라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납북자 송환과 생사확인을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도 이번 일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강제징용 문제에 이의가 있으면 일본 정부에 항의하면 되는 것이지, 30년 전에 잃어버린 어린 딸을 찾겠다는 아버지에게 그런 편지를 보낸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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