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장기구금’, 中공산당 자기모순에 빠진다

중국 공안당국에 두 달 가까이 강제구금된 북한인권·민주화운동가 ‘김영환씨 사건’은, 그 해결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중국이 이 문제를 장기화하면 할수록 중국의 국익에 손해가 될 수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 손해의 폭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김영환 씨 사건’은 현재 한반도가 안고 있는 문제, 나아가 동북아시아 미래의 문제를 포괄하는 하나의 ‘상징적 아이콘’의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이 사건은 이미 60년이 넘은 남과 북 사이의 체제 모순, 그리고 이제 한국 사회에서 막 시작되고 있는 ‘종북 청산’과 직접 결부되어 있고, 외연을 더 넓히면 동북아시아에서의 미-중 간 전략 게임,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 동북아시아의 미래와도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현재 한반도에는 남한과 북한 사이의 체제 모순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것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간의 모순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대 전체주의 간의 모순이다.


북한에서 사회주의는 1960년대 말부터 사라지기 시작하여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1974년부터 김일성주의(주체사상)을 핵심으로 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완전히 이행하였다. 김일성-김정일 독재는 히틀러-스탈린 등의 전체주의 파쇼독재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파쇼독재이다.


북한의 폐쇄주의로 이같은 사실을 알 턱이 없었던 1970년대까지의 남한 내 사회주의자들은, 일부는 북한이 사회주의 사회인 줄 알고 착각하여 추종하다가 망했고, 일부는 끝내 김일성주의자가 되어 확실히 망했다.  


최근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진보의 그늘> 저자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1970년대까지의 좌익을 구좌익으로, 1980년대 이후의 좌익을 신좌익으로 구분하였는데, 80년대 김일성주의자들이 그전 좌익과 구분되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 핵심적 차이는 결국 ‘수령론’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인데, 바로 이 때문에 하영옥씨 등 비전향 민혁당 출신들과 통합진보당 내 NL계 종북파들을 비롯한 ‘김주의자’들이 김일성 김정일을 직접 부정하는 경우란 없는 것이다.      


매우 다행한 일은 1980년대 주사파를 구성한 김영환 홍진표 최홍재 하태경 이광백 씨 등 핵심 주류가 김일성-김정일 수령독재의 ‘거대한 사기극’을 파악한 뒤 전향하였고, 더욱 고무적인 일은 이들 그룹이 1998년부터 북한인권·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회역사 변화의 큰 흐름과 정확히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인류역사는 유물사관에 따른 사회발전 5단계설에 따라 변화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 ·인권 ·민주주의· 법치가 그 형식과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발전해온 것이다. 인류사를 관통해온 이 흐름은 앞으로 마르크스 할애비가 나와도 부정되기 어렵다고 본다. 


이러한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 마지막까지 ‘개기고’ 있는 집단이 바로 북한의 3대 세습 수령독재정권과 이들을 추종하는 남한내 종북주의자들이다.


바로 이들 때문에 대한민국 각 정파들이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자유 ·인권 ·민주주의· 법치를 공동체의 기본가치로 인정하는 정파들 중에서 보수우파는 물론이고, 민주당 내 합리적 세력, 심지어 통합진보당 PD계열도, 물론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북한정권과 종북 떨거지들로 인해 간접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종북과의 싸움이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자유주의와 전체주의 간의 모순은 그 사이에 절충지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승리, 완전히 패배할 때까지 싸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자유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사상이다. 하지만 전체주의는 하나의 사상만 인정하고 다른 사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김일성주의자(주사파)들은 ‘김일성주의’만 인정하고 다른 사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의 사회공동체 안에서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사상과,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사상은 양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유주의는 비록 모든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사상만큼은 인정할 수 없다. 그것을 인정할 경우 자유주의는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 점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헌법체계 안에서 생활하는 대다수 국민들과 남한 내 ‘김일성주의자’들이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은 이들과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 일부에서 이들을 북한으로 추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북한으로 추방할 경우 이들이 2400만 북한주민들의 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십중팔구 3대세습정권의 충견이 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격리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진짜 목사나 진짜 스님들이 이들을 계도하는 방법이 좀더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 스스로 변하거나,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가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더 잘 산다는 이유로 남북간의 체제경쟁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욱이 정치인들이 “사상과 이념을 떠나….”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은 한 사회공동체 안에서 사상과 이념이 차지하는 근거를 모르는, ‘무식의 소치’이다. 인간에서 사상과 이념을 제거하면 ‘개’가 된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 개가 되어 민생을 챙기자….”가 아니라, “올바른 사상과 이념으로 민생을 챙기자”라는 표현이 맞다.


아무튼, 북한의 전체주의 수령독재가 개혁개방 체제 또는 그보다 더 진보된 민주주의 체제로 바뀌지 않는 한 남북간 체제 모순은 해소되기 어렵다. 이것이 현재 한반도가 갖고 있는 근본문제이다.


중국 당국은 ‘김영환 씨 사건’에서 바로 이 점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과 함께 공산주의 수령론과 결별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980년 9월 18일~19일 양일간 이홍림(李洪林)의 논설 <수령과 인민>을 게재하면서 북한의 주체사상 수령론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첫째, 수령론은 봉건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논리다. 둘째, 인민과 수령과의 관계는 평등관계이며 종속관계일 수 없다. 셋째, 인민이 수령을 선택하는 것이지, 수령이 자신을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넷째, 개인숭배·신격화는 反마르크스주의의 유물사관으로 지탄받아야 한다. 다섯째, 개인숭배는 일종의 미신이며 인민을 비천시하는 소행이다. 여섯째, ‘당중앙'(김정일 지칭)이란 ‘당기관’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이는 마땅히 하나의 집단을 뜻이지 결코 어느 개인일 수 없다.(…) 수령론은 인민대중을 ‘역사의 주체’ ‘혁명의 동력’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지도와 대중의 결합’을 내세워 수령의 영도를 강조함으로써 인민대중을 평가절하하고 형해화 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김광인의 논문 <북한 권력승계에 관한 연구> p56, 재인용)  


중국공산당은 “봉건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수령론을 버리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사회역사 발전의 물꼬를 텄고, 결국 미국과 함께 G2의 세계적 리더국가의 지위에 올랐다.


이제, 중국 당국에게 묻는다. 지금 한반도 전체를 통틀어서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수령론을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그룹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가? 지금 중국 공안당국이 단둥에 강제 구금해놓고 있는 바로 그 ‘김영환씨 그룹’이다. 


이들은 1998년부터 북한의 수령론을 해체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끌어내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하여 북한 2400만 주민들을 위한 운동을 해온 것이다. 따라서, 지금 중국 공안당국은 북한의 수령론을 반대하는 사람을 탄압함으로써, 결국 2400만 북한인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김영환씨 구금 사실을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녕성 단둥의 공안당국이 김영환씨를 구금하고 있음으로 하여, 중국공산당 전체가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국적 시장사회주의를 통해 경제개혁에 크게 성공하였다. 지금은 중국공산당의 사활적인 과제가 정치개혁이다. 현재 중국 지식인 사회의 흐름은 크게 신좌파, 자유주의. 민주사회주의(=사회민주주의) 등 세 가지 노선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중국공산당이 자유주의의 흐름을 타고 한국, 미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와 세계 공존공영의 길로 함께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늘 ‘중국적 선택’을 중시해왔고, 한국과 이웃나라들도 중국의 선택과 자주성을 존중하고 있다.


그와 꼭 마찬가지로, 중국은 북한 세습정권의 수령론을 반대하고 2400만 북한주민들을 위해 자기희생을 하고 있는, 구금된 ‘김영환씨 그룹’의 자주성도 인정해주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2012년을 한반도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되는 해로 보아왔다. 필자도 본 칼럼을 통해 그렇게 주장해왔다. 


2012년을 한반도 변화의 중요 분기점으로 보는 배경은 북한의 권력변화 때문이다. 구공산권 체제의 변화가 권력내부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중국공산당이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 중· 일· 러는 체제 내구력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남은 것은 북한체제의 변화뿐이며, 그 변화는 수령론의 해체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도 역시 중국공산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할 일은 북한으로 하여금 수령론을 해체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명분에도 맞고 실익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공안당국이 ‘김영환씨 그룹’을 구금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명분에도 맞지 않고, 실익도 없으며 또 시간이 갈수록 중국이 북한의 수령론을 반대하는 용기있는 운동가를 탄압하는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이익에 맞지 않으며, 중국 인민들도 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중국 네티즌들도 지금까지의 김영환 씨 행적을 알게되면 공안당국이 ‘김씨 그룹’을 구금하고 있는 것을 반대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김씨 그룹’의 구금은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국익을 해치게 될 것이며, 나아가 한중 관계, 미중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당국이 ‘김씨 그룹’을 조기에 석방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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