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일행’ 귀국하면 북한인권법 바로 제정하자

대한민국 대북정책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그것은 ‘통일’이다.


‘통일’이란, 간략히 말해서 “한반도에 살고 있는 7천5백만 남북 주민들이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라는 동일한 체제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통일이 되지 않으면 남과 북은 늘 싸우게 된다. 고(故) 황장엽 선생은 “한 국가 안에서도 통치권을 놓고 여당, 야당이 서로 죽일내기로 싸우는데, 하물며 갈라진 한 민족이 민족 전체의 통치권을 놓고 왜 싸우지 않겠는가? 통일이 되어야 민족 내부 싸움도 끝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해하기 쉽고 명쾌한 이야기다.


그래서 ‘통일’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반도의 평화가 완성된 상태’다. 5년이 걸리든, 50년이 걸리든 통일이 되어야 비로소 한반도의 평화도 그 끝을 보게되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한반도에 불안정한 긴장상태와 이완상태가 되풀이될 뿐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라 해도, 남북이 동일한 체제로 통일이 되지 않는 한 한반도평화는 ‘말’ 또는 ‘문서’에 불과할 뿐, ‘현실에서의 평화’를 획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말’과 ‘문서’에는 실체가 없다. 말의 원료는 ‘공기’일 뿐이고, ‘문서’의 원료는 ‘펄프’다. 공기와 펄프가 어떻게 7500만 남북 주민의 삶과 그 무거운 실존적 현실을 모두 담보해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先 비핵- 後 평화협상’이든, ‘비핵-평화협상 동시진행’이든 간에 궁극적으로 남북이 동일한 체제를 지향하지 않으면, 평화도 통일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북이 지향하는 동일한 체제란, 인류사회 변화발전의 큰 방향인 자유, 인권, 민주주의 외에 다른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압축하면, 북한체제가 그 진보의 속도가 빠르든 늦든 간에 자유민주주의 방향으로 이행해야만 남북의 통일 문제도 현실로써 설득력을 갖게되는 것이다.  


7월 10일 박근혜 후보는 18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을 밝히면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8월 ‘포린 어페어즈’에 기고한 내용에는 ‘통일’이 빠져 있었는데, 비록 경제민주화, 일자리, 복지 아젠다에 밀리긴 했지만 이번에 ‘통일’이 언급된 것은 대북정책의 목표로써 방향이 잡힌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는 대북통일정책의 1)철학과 비전 2)정책 과제 3)수행 전략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서, 앞으로 이 부분이 어떻게 표현 또는 보완될지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대선 출사표에 한반도 북쪽 2400만 형제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박후보측 대북통일정책 이론가들의 ‘한반도 아젠다에 대한 균형감각’을 정확히 읽어내기 쉽지 않고, 뭔가 좀 불투명한 느낌이다.


대한민국 대북정책의 큰 방향은 1)북한정권이 군사도발을 못하도록 확실히 억지(deterrence)하는 가운데 2)남북+국제 협력으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추동하여 3) 남북간 경제 ·정치 ·사회문화 분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즉, “북한 2400만 주민들이 개혁개방→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이행되는 삶에 익숙해져 가면서 통일하는 것”이다. 물론 급변사태 발생의 경우는 별도의 한반도 안정화 프로세스에 진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현실에서 순조롭게 이행되든 않든간에,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합리적인 통일 프로세스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대북전략이나 남북협력, 국제협력, 통일의 단계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또 다양한 의견은 민주주의 사회의 생명력의 원천이다.


북한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이 남북한 통일의 큰 방향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대북전략이나 통일의 단계 등에 대해서는 비록 우여곡절이 적지 않다 해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국민통합’이 매우 중요한 아젠다인데, 필자는 국민적 합의 도출을 해내기 위한 중요한 한가지 선례로써 여야 합의에 따른 ‘북한인권법 제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어떤 이유와 핑계를 대더라도, 북한 2400만 주민들의 제1당사자인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이 아직도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과 일본이 제정하고 유엔, 유럽의회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정권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최근에는 “북한인권법은 삐라지원법”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식의 정파적 진영 논리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면서도 ‘진보’ 운운하면서 국민들에게 거짓말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여기에다 내용도 잘 모르면서 정치인들에게 ‘잔논리’를 제공해주는 일부 ‘전문가’들을 보고 있으면, 사리 분별력이 떨어진 과거 2차대전 나치 시기의 유럽 지식인들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앞으로 훗날에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의 아들 딸, 손자손녀들도 인터넷 서핑을 하게되면 지금의 기록과 발언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될텐데, 그때 가서 아버지, 할아버지가 왜 북한인권법에 반대했는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때 가서 “아, 그때 말이야, 사실은 북한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보수 꼴통’틀이 제정하자고 하는 바람에 아젠다 주도권을 빼앗길까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반대했다”고 대답할 것인가? 아니면, “정치란 협상인데, 그때는 북한 세습독재정권이 북한인권법 제정을 싫어해서 반대했다”고 할 것인가? 그러면 손자손녀들도 “아, 그랬군요. 참 잘했어요”라며 박수칠 줄 아는가?


북한인권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서로 토론을 해서 고치면 될 일이다. 문제는 “괜히 남 좋은 일 해준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다리를 거는 것은 자신의 이념이나 정치 지향성을 떠나서 인간 자체로써 비열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된다 해도 북한주민들의 인권이 한순간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없다.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만큼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고, 적어도 주민들이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직업 선택과 이를 위한 최소한의 여행의 자유,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 폐지, ‘3대 멸족’ 등 연좌제 개선, 10대 원칙 폐지, 유엔의 정치범수용소 접근이라도 점차적으로 가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어도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인권법도 제정하지 못하면, 한국사회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최소한 사회적 인식의 토대조차 형성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지 못한다. 이러고도 나중에 북한형제들에게 어떻게 낯을 들 수 있겠는가?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 ‘인권’ 항목에는 “인권은 온갖 착취와 억압이 청산되고 인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된 사회주의 제도에서만 철저히 보장된다”라고 해놓았다. ‘인권’에 대한 구(舊)공산권 정치선전(propaganda) 문구가 고스란히 박제화되어 남아있다.


그러나 북한현실은 “온갖 착취와 억압”을 3대세습 정권이 하고 있고, ’10대 원칙’에 따라 의식이 노예화된 주민들은 이를 “청산”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외부세계에서 도와주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 외부세계의 제1당사자가 대한민국 국민인데, 지금 한국사회는 북한인권 문제를 놓고 말도 안되는 비합리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상 자국민인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남의 나라인 중국에 가서도 인권문제를 대놓고 말한다. 인권은 국경도, 인종도, 민족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인권이란 본질적으로 인간이 인류사를 관통해오면서 사회공동체 내부에서 오랫동안 누적적으로 진화해온 ‘양심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한 현실은 한국정부가 직접 “북한인권 개선하라”고 하면 북한정권이 대들게 되어 있다. 그래서 민간단체와 국제인권단체들이 직접, 그것도 큰 목소리로 “북한인권”을 말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본다면, 일부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시민사회단체와 국제인권단체의 목을 비틀어 쥐려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정치생명이 길게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민간을 탄압하는 국회의원의 정치생명이 오래 가겠는가?


중국에서 100일 넘게 구금된 김영환 씨 일행이 곧 석방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은 한국사회 내부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둘러싸고 하나의 상징적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김영환 씨 일행의 중국 구금 사건이 한국사회 내부에서 여야, 보수-진보를 떠나 북한인권법 제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중요한 추동력을 제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인권운동이 대한민국 법률의 토대 위에서 더 떳떳하고 더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르는 자들에 의해 또다시 좌절될 것인지는, 결국 우리사회가 하기에 달린 것이다. 


귀국하는 김씨 일행에 대하여 각 정당들과 시민사회 진영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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