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北 총리 ‘한가한’ 방중 마무리

김영일 북한 총리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초청으로 17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방문했으나 다른 나라 정부대표들과는 달리 유난히 한가로워 보였다.

김 총리가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목적은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거행한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에 참석하고 중국 지도부와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김 총리는 17일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중국이 마련한 중국국제항공 전세기 편으로 산둥성 성도인 지난(濟南)시로 발길을 돌려 현대화 농업단지인 차이자오(彩椒) 표준화기지를 시찰했다.

김 총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 40여명은 방중 이틀째인 18일 오전 아예 관광길에 나섰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타이산(泰山)과 취푸(曲阜)시 공자묘를 둘러본 것이다.

방중 사흘째인 19일 오전에는 베이징 화넝(華能) 화력발전소를 시찰했다. 김 총리는 이 발전소의 선진 경험을 배우고 싶다면서 북한으로 와 투자하면 적극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 일행은 방중 나흘째인 20일에는 아예 하루 종일 관광을 즐겼다. 베이징 시내관광에 나선 사람들의 필수 관광 코스인 이허위안(이<臣+頁>和園)과 중화민족원을 둘러봤다.

물론 북한 대표단은 이번에 비공식 행사나 회의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총리의 이번 공식 일정만 놓고 보면 마치 시찰과 관광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처럼 오해할 수 밖에 없다.

김 총리 일행이 중국 지도부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눈 것은 두 차례다. 그러나 이것도 형식적으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요식 행사 정도지 실질적으로 논의를 하는 자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 총리와 원 총리는 18일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각각 12명의 장관급 각료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총리회담을 거행했으며 회담이 끝나자 1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 했다.

회의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인사말과 통역 시간을 감안하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김 총리는 또 다음날 오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예방’했다.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가 이번에 김 총리를 통해 북한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지난 18일 북중 총리회담에서 원 총리가 제시한 4개항의 요구사항에 잘 요약돼 있다.

원 총리는 ▲북중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강화하기 위한 고위급 교류 ▲6자회담 재개 ▲중국의 대북교역과 투자증진 등 공동발전을 위한 협력강화 ▲북중 우호의 해를 맞은 문화교류 증진 등 4개항이다.

원 총리는 이들 4개항을 북한에 희망한 것이 아니라 요구했다. 일반적인 외교 용어인 ‘희망한다(希望)’거나 ‘마땅히 ∼해야 한다(應該)’라는 표현 대신 ‘요구한다(要)’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후 주석은 지난 1월과 2월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거듭 초청했으며 김 위원장도 이미 방중 초청을 수락한 상태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외교관계는 당과 당의 관계였지 정부 대 정부의 관계가 아니었다. 따라서 김 총리 입장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방중이나 6자회담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수가 없다.

대북 소식통들은 “김 총리 일행이 이번에 할 수 있었던 일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가능 대상을 시찰하고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수준을 사전 조사하기 위한 탐색의 성격이 짙다”고 풀이했다.

때마침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경호팀 등 사전답사팀을 파견했으며 주요 방문 예정지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는 확인할 수 없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김 총리의 이번 방중 기간에 특별한 합의나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북중관계의 특성상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는 관례에 따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김 총리의 이번 방중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있다면 북한 경제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서글픈 현실을 국제 외교무대에서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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