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母 “아들 보게돼 여한이 없다”

▲김영남씨 모친 최계월씨와 누나 영자씨가 8일 기자회견에서 상봉 소감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NK

북한당국과 정부가 특수이산가족 차원에서 1978년 북한공작원에 납치된 김영남씨와 가족들의 상봉을 합의한 가운데 영남씨의 모친 최계월씨(82)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28년만에 아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북한당국에 아들 영남씨와 상봉을 허용해 달라는 것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나, 기자회견 직전 통일부가 최계월씨에게 6월 말경 상봉이 가능할 것이라고 통보해와 가족들은 상봉하게 되는 소감과 송환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북측은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 명의로 우리측 단장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납북자 김영남 씨와 모친 최계월 씨가 6.15 공동선언 6주년 남북이산가족 특별 상봉행사를 통해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계월 씨는 “아들을 만나게 되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만나서 얼마나 고생하면서 살았는지 밤새 이야기하고 싶다”고 읍소했다.

누나 영자 씨는 “뜻밖에 빨리 만나게 되어 감사한다”며 “어떤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고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영남씨 송환 문제에 대해 영자씨는 “일단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송환 문제는 동생을 만난 이후에나 이야기할 것”이라면서 “동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메구미씨 부모와 함께 상봉하는 것과 관련, 그는 “메구미 가족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같이 가서 만나고 싶다”며 “메구미씨 가족들도 외손녀 혜경이를 만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오늘 북한이 이산가족 차원에서 영남이 가족 상봉을 허용했다”면서 “이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납북자 문제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납북자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에 인정한 것처럼 김정일은 동족에 대한 납치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정부를 비롯해 납북자 가족 단체들이 힘을 합쳐 납북자 생사 확인과 송환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남씨 가족 상봉이 북한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 대표는 “80세가 넘은 노모가 아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급선무”라면서 “이번 상봉은 찬성하지만 원칙적으로 특수이산가족 차원의 상봉이 아닌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팔순 노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들을 만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북한 당국이 김영남씨와 어머니의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원단체에서 필요한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