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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북한공작원에 납북된 김영남 씨가 오는 6월 말 6.15 이산가족 특별상봉대상에 포함돼 남한에 살고 있는 어머니 최계월(82) 씨를 28년 만에 상봉하게 된다.
상봉이 결정된 8일 최계월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만나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밤새도록 이야기 하고 싶다”며 상봉 소감을 밝혔다.
납북자 가족 단체 대표들은 “이번 김영남씨 모자 상봉을 계기로 납북자 문제 해결에 물꼬를 틀 것”이라면서도 “북측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냉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26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도 “김씨 모자 상봉은 기적 같다”면서 “그러나 한번 만나는 것으로 납북자 문제를 덮어 버릴려는 북한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김씨 모자 상봉을 계기로 납북자 문제 해결의 분수령으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납북자 가족 단체들이 합심하여 북측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에 이어 두번째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에게 이번 김씨 가족 상봉의 의미와 파장을 들어봤다.
-28년만에 김씨와 어머니 최계월씨가 상봉하게 되는데 납북자 가족으로서 소감은?
납북자 가족 입장에서 너무나 기쁘다. 남쪽의 가족들은 납북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 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모자 상봉은 가족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계기다. 바람직 한 일이며 축하할 일이다.
정부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전후 납북자만 중요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전시 납북자 같은 경우 반세기 넘게 지난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시급하다. 전시 납북자는 10만여명에 이른다. 전시 납북자 가족들도 이번기회에 북측에 납북자 생사확인과 송환 해줄 것을 요구 할 것이다.
-북측이 상봉을 허용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영남씨는 어머니를 만나서 분명히 ‘잘 살고 있고 걱정하지 말라’면서 ‘북한에 있는 것이 좋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번 상봉은 북한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납북자 문제는 송환이 해결책인데, 김씨의 말로 인해 납북자 송환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물론 28년만에 모자 상봉하는 것은 말릴 수 없다. 그러나 긍극적인 납북자 문제를 유야무야 덮어 버릴려고 하는 북측의 의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더 많은 지원과 남한 여론 달래기용일수도”
또한 북한은 납북자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생색을 내면서 남측에 보다 많은 지원을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납북자 문제로 남한 내 북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남한 여론을 달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이번 모자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가족들의 입장에서 영남씨의 송환을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할 것이다. 영남씨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며 영남씨가 송환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할 것이다.
따라서 납북자 가족단체들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와 납북자 가족단체들이 공조해 북한에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후속조치 해줄 것을 제시해야 한다. 가족들이 한번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만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서신왕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북측에 요구해야 한다.
북측의 태도에 따라 우리의 강온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이 정말로 정치적으로 이용할려고 했다면 납북자 가족 단체들과 정부는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에 따른 제제 및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모자 상봉에 대해 일본 납북자 단체들이 정치적 이용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어 한일 납북자 단체들 사이의 연대가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는데.
일본 납치자 문제로 인해 북일관계가 경색되고 대북 경제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김씨 모자 상봉에서 메구미씨가 죽었다는 사실을 밝히게 해 일본 납치자 문제를 덮어 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한일 납북자 문제 국제 연대로 풀어야”
국내에서는 이 점도 유의하면서 한일연대에 힘써야 한다. 일본의 입장이 한국 납북자 가족 단체들과 틀린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북한에게 당한 것이 많아서 민감하다. 메구미 유골도 가짜였고 북한은 메구미가 죽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죽었다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상봉에 대해 일본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일본과의 입장차이가 있지만 반드시 연대 해야하다. 납북자 문제는 한일 문제만이 아니다. 납치 피해자가 존재하는 세계 12개국의 문제이다. 한일 연대를 발판으로 납북자 문제를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시켜 해결해야 한다.
-이번 모자 상봉을 계기로 전시납북자 문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했는데,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해 놨다. 면담이 이루어지면 김 전 대통령에게 전시 납북자 생사확인 신고서 100매를 건넬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져가 김정일에게 신고서를 보여주고 통크게 해결해 달라고 말했으면 하는게 우리의 바람이다. 만약에 면담 요청이 받아드려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위를 해서라도 우리의 의사를 전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