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씨 상봉에 대한 정부 시각은

제14차 이산가족상봉이 별 탈 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김영남씨 모자 상봉이 최대 관심사가 된 이번 특별상봉 행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평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씨가 이번 특별상봉에서 자신의 입북과정에 대해 “납북도 의거입북도 아닌 대결시대에 우연히 일어난 돌발적 입북”이라고 주장하고 전처인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30일 오후 이번 상봉행사를 결산하는 비공식 브리핑을 가졌으나 김씨의 입북 경위 주장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코멘트를 피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씨를 그동안 납북자 485명의 틀 내에서 관리해왔고 18차 장관급회담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수차례 (북측을) 설득해 상봉으로 이어졌다”며 “김씨가 자진 월북이 아니라고 말한 점에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 간의 경위 설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의 주장에는 직접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대신 김씨를 납북자로 보는 정부 입장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김씨가 과거 유사 사례처럼 ‘자진 월북’이 아니라고 밝힌 것만 해도 북측이 진전된 태도를 보인 게 아니냐는 정부의 시각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조심스러운 정부의 입장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가 갖고 있는 민감함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그동안 견지해 온 접근법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접근법은 김씨의 입북 경위 주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거듭된 질문에 대해 정부 당국자가 “납북자 문제는 생사확인과 상봉, 송환이 목표인 만큼 상대의 체면을 깎지 않고 침착하게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것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실제 납북자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북한이 ‘납북자’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거부감을 갖고 예민하게 반응해온 사안이다.

지극히 인도적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동족상잔에 이은 적대적 대치 속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안인데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냉전을 넘어 이념적으로 화해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종석 장관이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핵심현안으로 제시한 이후에도 정부는 명분에 집착하고 사안별로 해결하기 보다는 실리적이며 포괄적인 해결을 추구해 온 게 사실이다.

긴 호흡을 갖고 해결할 사안이라는 논리였다.

납북이냐, 월북이냐도 중요하지만 명분싸움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납북자 가족의 한을 어떻게 하면 신속하게 푸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지난 3월부터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과감한 대북 경제지원과 함께 국내 장기수의 송환까지 병행하겠다는 해법이 제시된 것도 이같은 접근법에 따른 것이다.

이제 막 해결의 실마리를 기대할 만한 초기 상황인 만큼 남북 간에 납북을 놓고 포괄적인 ‘과거사 정리’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상황판단도 없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김영남씨의 돌발 입북 주장에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배경에도 이런 논리와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번 상봉이 국내 납북자가족모임 등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상황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정부의 대북 설득작업도 주효했다는 점에 비춰 납북자 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김씨가 기자회견 말미에 한 ‘부탁’에 주목하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씨가 “과거 대결의 시대에는 북남 사이 별별 사건이 다 있었다. 그 과거는 6.15를 계기로 다 털어버렸다. 이제 와서 콩이냐 팥이냐 과거사를 따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밝힌 대목이다.

김씨가 돌발적 입북을 주장하면서 ‘별별 사건’이라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한 것은 우리측에 해석의 여지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낳고있는 셈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 기조는 7월 초 납북피해자 지원특별법의 입법예고와 다음달 11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장관급회담을 통해 견지될 것으로 전망돼 납북자 문제 해결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영남씨 상봉이 전반적인 납북자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산가족 상봉의 횟수 증가와 규모 확대는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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