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4일 “접경지역의 국민들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은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며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여 대변인은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긴장 요소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해 여러 차례 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조치를 취해왔다”면서 “정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 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관련 법률안을 현재 검토 중에 있으며, 이는 정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 발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 담화를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이날 김여정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지난달 31일 이뤄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며 우리 정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게재된 담화에서 김여정은 “남조선(남한) 당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얼마 있지 않아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게 되는 마당에 우리의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북남(남북)합의를 진정으로 귀중히 여기고 철저히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어 김여정은 “선의와 적의는 융합될 수 없으며 화합과 대결은 양립될 수 없다”며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지 않았을 테니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여정 명의의 담화가 나온 것은 지난 3월 3일과 22일에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특히 이번 담화는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뿐만 아니라 내부 주민들도 접하는 노동신문에까지 실렸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심각하고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 읽힌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말 경기도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