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친여동생 김여정이 지난 9일 처음으로 북한 매체를 통해 호명됐다. 김여정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식 언급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나이 어리고 철없는 지도자 동생이 등장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각 매체들은 이날 오후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위해 평양 김일성정치대학에서 투표한 김정은의 행적을 전하면서 수행자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당, 군 일꾼들과 함께 김여정을 호명했다.
김여정은 그간 조선중앙TV 등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김정은과 함께 주요 행사에 동행, 자유분방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는 존재감이 없던 김여정이 이번에 공식 등장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원수님(김정은)이 나이가 어린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여동생 김여정의 공식 등장에 대해 ‘철없는 아이들이 모여서 정치를 한다’는 식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1946년생인 김경희 동지가 1987년 당 경공업부장을 맡기 전까지는 공식 활동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고 뒤에서 장군님을 보좌해왔다”면서 “이에 비하면 30살도 안 된 (김정은) 동생 김여정은 매우 빠른 것인데 앞으로 제대로 나라 살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은이 친여동생인 김여정을 공식 등장시킨 것에 대해 소식통은 “김경희 동지와 같이 최고지도자의 보좌관으로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김여정에 대해 공개된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여정의 등장으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아닌 그동안 존재를 몰랐던 최고지도자의 동생이 소개됐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경제가 하락하면서 주민들의 민심이 가장 혼란스러웠던 1990년대 말 김정일은 당시 당 경제정책검열부장을 맡았던 김경희를 주민들 속에 파견, 민심을 살피게 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북한 당국이 김여정을 공식 데뷔시킨 것도 주민들에게 ‘제2의 김경희’, ‘작은 김경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포장’이 많은 아첨 간부들의 보고 때문에 민생고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장군님이 친여동생인 김경희 동지를 직접 보내 민심 파악을 지시한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 한 고위탈북자는 “김경희는 서비차를 타고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생활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뭐냐’는 등의 질문을 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면서 “장마당에 가서는 주민들의 생계 등을 알아보고 단속기간 등 관련 간부들을 질책, 주민들의 생활조건을 향상시킬 데 대한 지시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주민들은 ‘장군님께서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려고 김경희 동지를 직접 주민들 속에 파견한 것’이라며 ‘장군님도 줴기밥(주먹밥)과 쪽잠으로 전선길을 가시고 경희 동지까지 인민생활을 위해 애쓰신다’고 김정일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