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訪南…사흘간 경제시찰만 했다고 믿어라?

북한의 대남사업 총책인 김양건(사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2박3일간의 남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1일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의 통전부장으로는 김용순 노동당 대남비서겸 통전부장이 2000년 9월 제주도를 방문한 이후 7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정부 당국은 김 부장의 방북을 ‘2007 남북정상선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공개’적인 방문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김 부장 일행은 도착 첫날부터 인천 송도경제자유지대를 방문해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서해벨트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을 듣고 공감을 나타냈고, 이틀째는 거제 대우조선소와 부산 세관 등을 둘러봤다.

마치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가 지난 10월 북한 기업인 30여명을 대동하고 베트남을 방문, 4박5일 동안 관광중심지,수출가공공단,항구 등 산업단지를 집중적으로 둘러본 것을 연상케 하는 행보였다.

하지만 김 부장 일행의 남한 경제현장 방문이 무엇인가 어색해 보이는 이유는 김 부장 일행의 지위나 역할, 이력 등이 ‘경제’와는 거리가 먼 대남 공작부서 소속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통전부는 대남·대외 공작부서 중 하나로 노동당 내에 대외연락부, 35호실, 작전부들과 달리 요원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하기는 하지만 대남방송, 삐라 배포, 친북조직 관리, 해외교포 포섭 활동들을 벌이고 있다.

이런 부서의 수장이 남한을 7년만에 방문했는데, 정부는 단순히 남한 경제시설이나 둘러보러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김 부장 일행의 방남 시점이 남한 대선을 불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과 북핵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라 북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시한도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기 때문이다.

김 부장의 방남이 ‘대선 정국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국민의 동의가 뒷받침되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내용과 성과조차도 대선 정략이나 선거용 기획으로 몰아붙이고 싶겠지만 이런 기도는 이미 철이 지난 초라한 흉물일 뿐”이라고 반박 했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김 부장의 이번 방남은 남한 대선과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부장 일행의 방남 일정이 그렇게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김 부장의 방남이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추진됐다고 주장했지만 경제시설을 둘러보는 일정을 제외하고, 언론에 공개되거나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김 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김 부장을 초청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을 만나서는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김용순 부장이 방문했을 때는 공동 선언문도 냈지만 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다.

김 부장의 방남 일정 마지막날에는 SK텔레콤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김 부장은 이 일정에 참석하지 않고 나머지 일행만 참석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장관은 “호텔에 남아 우리 당국자들과 방문을 마무리하는 협의 시간을 가졌다”고만 해명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내년 1월 답방 조율중’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의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정부는 “현재 북측과 협의된 바 없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해명은 제시되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선 “김양건 부장이 내려와 우리 고위 당국자들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밝히지 않을 것이면 굳이 왜 공개적인 방남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부장 방남 일정 동안 ‘종전선언과 관련한 김정일 메시지”김영남 답방 조율”북핵 문제 관련한 메시지”남한 대선 모니터’ 등 수많은 관측과 추측이 제기됐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해명되거나 밝혀지지 않고 사흘간 일정이 마무리됐다.

결국, 남북관계의 화해 협력 증진이라는 표면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대남.대북 사업을 총괄하는 부처간의 만남은 아직도 밀실 속에서 국민 모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끝이났다.

이번 사흘간의 일정 속에서 비밀리에 추진되거나 약속된 사항들이 언제 어디서 터져나와 국민들의 뒷통수를 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남북관계에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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