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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국정원 개혁소위 임종인 의원 등이 국정원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국회 정보위에 제출된 ‘국정원 개혁방안’에 대해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7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김 원장은 ‘국가정보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란•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수사권은 존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김 원장은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섣부르게 수사권을 폐지할 경우 그동안의 수사 경험과 우수한 인력, 정보망을 활용할 수 없게 돼 대공 수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직 경찰만으로는 대공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여당 개혁소위 의원들은 수사권 폐지를 국정원 개혁의 바로미터로 여기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최근들어 이들의 주장에 따른 국정원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안 제정 과정에서 당•정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여당 내에서도 반발은 있다. 같은당 조성태 의원은 “북한이 체제전복 의도를 버리지 않고 있고, 국내 정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만으로는 역부족이다”면서 “수사권 폐지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루 전 국회 정보위는 국정원 개혁소위를 열어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국정원 개혁방안과 시민단체들의 개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집중 검토한 바 있다.
수사권 폐지 여야, 정부간 의견차이 여전해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개혁소위 의원들은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입장을 최종 제안했다. 이들은 과거 정보기관의 인권침해 및 권력남용을 이유로 내•외환 및 국가보안법 위반에 관한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내에서도 정책위를 중심으로 한 국정원 개혁기획단이 그동안 수사권 폐지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지만, 최근 수사권 폐지 방향으로 당 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문제를 담당해온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측은 “임 의원이 제출한 개혁방안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면서 “국정원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도청 사건 이후 국정원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수사권 폐지 및 국내외 정보 업무 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간 의견차이가 여전하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미한 국가보안법 사건은 수사권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사 착수 즉시 관할 지검장에게 지휘를 받는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수사권 존치’ 입장이다.
시민단체도 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는 이념적 좌우성향에 따라 의견을 달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소위에 제출한 개혁방안에서 과거 정보기관이 저지른 인권유린과 권력남용 사례를 들어 수사권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선진화정책운동’은 분단 상황에서 국정원의 조직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공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보안정보 수집활동 허용 여부와 국내외 활동을 분리하는 문제도 쟁점 중 하나이다.
열린우리당 개혁소위는 국정원이 정치활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엄격히 금하자는 입장이다. 국내정보는 총리 직속 국내보안청으로, 국외 정보는 대통령 직속 해외정보처로 분리해 사실상 국정원에서 국내 대북 분야 정보 수집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국내보안 보안정보 수집과 대북 정보기능을 없애고 관련 조직도 아예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가간 교류와 이동이 긴밀해지는 시대에 국내외 정보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감안, 현재의 활동을 유지하되 수집정보 대상을 구체화 하자는 주장이다.
정보위는 현재 제출된 국정원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 상정해 여야 합의안을 마련한 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