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국적으로 치뤄진 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를 당했다. 그나마 수도권 빅3 가운데 서울과 경기를 수성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정도다.
그 가운데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흔들림 없는 저력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층과 당에게 유일한 기쁨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지사의 재선은 표면적으로 한나라당 내 입지 강화로 이어져 차기 대권 경쟁에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는 차기 유력 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달성군수 선거에 올인했다가 패배한 것과 대비된다.
경기도의 경우 한나라당은 31개 시군 가운데 겨우 10개 시군에서만 힘겹게 승리했다. 경기도 주민들은 수원, 성남, 부천, 고양, 안양, 안산 등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서 민주당을 선택했다.
경기도민들 다수가 기초 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을 선택했지만 경기도지사 만큼은 김 당선자를 선택한 이유도 주목할 만하다. 김 지사는 선거기간 24박 25일 동안 도 내를 순례하며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불편한 민박을 했다.
또 순례기간 해당지역 기초단체장들과 지역발전 정책 협약식을 맺어 경기도 내 지여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발로 뛰었다. 이 발에 대한 보답이 선거 승리로 나왔다는 평가다. 김 지사는 “앞으로 더욱 현장을 누비며 도민들의 바람을 빠짐없이 수렴, 경기도의 발전 정책을 세우는 기초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의 이력도 남다른 데가 있다. 국회의원 시절 귀족정당이라는 평을 받았던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청렴한 의원으로 공인 받았고 과거 민주화 운동 경력을 보여주듯이 대여 저격수 임무도 자청했다.
특히 김 당선자에 대한 평가는 보수 진영에서 더 후하게 나온다.
지난 2005년 8월 김 당선자는 동료의원들과 함께 북한인권법안을 최초로 만들었다. 그는 지속적인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통해 북한인권 지킴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이번 천안함 사건과 관련, 안보강화와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는 등 유시민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해왔다. 이 외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변함 없는 추진을 강조해 보수층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김 당선자의 재선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낙선한 유시민 후보다.
잠재적인 야권 대선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 유시민 전 장관을 상대로 맞고도 결과적으로 거센 야풍(野風)에서 경기도지사직을 지켜냈다.
김 지사는 차기 대권 후보 출마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김 지사 스스로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김 지사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경기도지사 직에 있다 보니 중앙 정치에 밀려 신문에 이름 한자 올리기 어려웠다”면서 “김 지사 스스로의 맨파워로 강적을 이겨낸 만큼 향후 여권 내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