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송영길, 같은 목소리 다른 생각

정부가 천안함 관련 대북 대응조치로 남북간 교역·교류를 축소·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與野) 차세대 대표주자들이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대북 교류사업을 허용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모두 70~8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울대에서 제적돼 노동운동의 길을 걷다 한나라당에 입당해 3선 국회의원을 거쳐 지사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80년대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정치권에 입문해 역시 3선 국회의원을 거쳐 이번 인천시장에 당선된 ‘386 정치인’ 송영길 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과거 학생·노동운동의 중심에 섰었고, 수도권이 주 활동무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송 당선자는 ‘수도권 빅3’의 유일한 민주당 단체장이 됐고, 김 지사는 정부·야당 ‘견제론’에도 굳건한 지지세를 보여 ‘역시 김문수’라는 평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같은 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송 당선자는 16일 7월1일 임기 개시와 동시에 중단된 대북 지원사업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인천시가 올해 남북 교류사업비로 책정한 20여억 원을 계획대로 쓰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통일부의 승인이 필요한 사업이다.


김 지사도 이날 한 토론회 특강에서 경기도가 남북 교류사업으로 추진했던 묘목·양돈사업과 말라리아 퇴치 사업 등이 중단 된 점을 지적하며 “무조건 막아서는 안된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NGO, 탈북자들이 하는 일을 다 다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핏 두 사람의 주장이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들 발언의 근저에는 확연히 다른 목적과 목표를 두고 있다.


송 당선자 시장직 인수위원회 김성호 대변인은 대북 교류사업 승인권을 가진 정부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국정을 바꿔야 한다’는 민심이 확인된 만큼 정부의 대북 강경책도 변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6·2지방선거 결과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는 범야권세력의 주장이 녹아 있다. 즉 ‘햇볕정책’으로의 회귀가 민의(民意)로 확인됐으니 대북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와 달리 김 지사는 “끊임없이 북한에서 억압받고 총살당하는, 수용소에서 고생하는 분들께 메시지를 보내려고 노력하느냐, 어떻게 사는지 조사하려고 하느냐, 북한 주민들이 ‘남한이 우리를 생각하는 구나’를 뜨겁게 느낄 때 자연스럽게 북한의 변화가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북한의 민주화가)불가능하다고 다 생각하는 가운데 작은 씨앗을 찾아내고 거기에 불을 붙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국가적 과제로서 힘을 집중하고 예산도 배치하고 가장 우수한 인력을 배치하는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 북한 정권과 그들에 의해 억압받은 주민을 분리하는 대북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지사의 주장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북한 김정일 체제의 변화를 목표로 ‘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대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남북관계는 천안함 사건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정도다. 그만큼 북한의 폭침에 의해 46명의 젊은이가 숨진 천안함 사건은 ‘적당히 넘길 수 없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현 남북관계에 크게 반영돼 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도 북한 체제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천안한 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때문에 정부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 대가를 치르게 해 북한을 올바르게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정부-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송 당선자가 대북 지원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 지자체의 독립성만을 내세워 정부의 대북정책을 흔들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자체의 대북사업 허용’이라는 같은 목소리이지만 그 빛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민주주의 씨앗이 될 수 있고, 정권유지의 방패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송 당선자의 발언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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