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워싱턴 나들이, 북미관계 진전 신호탄

김명길 북한 유엔대표부 정무공사와 가족, 대표부 직원 가족들이 8일(현지시각) 워싱턴을 방문하고 9일 오후 뉴욕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방문 목적과 일정, 숙소와 방문단 규모, 그리고 누구와 접촉했는지 등은 일절 비밀에 부쳐져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 공사 일행의 워싱턴 방문 요청을 허락한 미 국무부측도 이들의 워싱턴 방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워싱턴과 뉴욕 고위소식통들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공사 일행이 국무부의 허가를 받고 이번 주말 워싱턴을 방문했다는 내용을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국무부는 북미관계에서 너무 앞서나간다는 비판여론을 의식, 김 공사의 워싱턴 나들이가 뉴스가 되는 걸 원치 않는 눈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방문은 순수 관광 목적에 국한됐으며 미국 관리들이나 한국측 관계자들과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 소식통은 “알다시피 북한 유엔대표부 외교관들은 뉴욕 맨해튼의 컬럼버스 서클을 중심으로 반경 30마일(48㎞) 이내로 이동이 제한돼 있으며 이 밖을 나갈 때에는 국무부의 허락을 받도록 돼 있다”면서 “김 공사 일행이 관광 삼아 워싱턴 나들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국전 종전 선언과 평화조약 체결 방침을 밝히는 등 북미 관계가 순항하기 시작한 것과 맞물려 단순히 관광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북미관계가 크게 개선되는 상황까지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더욱이 뉴욕의 고위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김 공사 일행은 당초 알려진 과는 달리 6-8명선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많은 대규모였다고 한다.

미 국무부가 북한 유엔대표부 관계자들에게 뉴욕을 벗어날 수 있도록 허가해 준 것은 공식적으로는 2년 전 한성렬 전 차석대사가 워싱턴을 방문, 의회에서 연설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다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단장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핵전문가 대표단이 11~15일 북한 영변 핵시설 방문 시찰길에 나서는 것과도 일부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의 소식통은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북미관계가 해빙기를 맞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만큼 조만간 김 위원장의 확실한 핵폐기 조치만 나오면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수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행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공사 일행은 뉴욕에 본부를 둔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도움 아래 워싱턴을 방문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