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6자회담 상설기구화 전망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14일,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북핵 6자회담 체제가 해체되지 않고 상설기구로 남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협력기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독일 외교협회 초청 토론회 연설에서, 6자회담의 상설기구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에 대해 중국, 미국, 일본에서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전망’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2.13 합의’를 통해 미국은 결국 북한이 원하는 대가를 주고,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동의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북핵 문제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북한과 미국의 이해가 일치하고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도 이를 지지하는 만큼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이에 따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재임 중에 해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김 전 대통령은 전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본과 대만의 핵보유를 우려한 중국의 대북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며 북한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핵포기에 대비해 군부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김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유럽연합(EU)의 역사에 비춰볼때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만 이런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가 매우 희망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에 우려스러운 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중국을 염두에 두고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있고, 이에 대응해 중국-러시아 간의 안보협력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우경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동북아의 평화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며 통일 방법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는 1천300년동안 통일 국가를 유지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조국의 분단을 영구적인 사실로 인정할 수 없고 반드시 재통일해야 한다고 믿으며, 또 그렇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베트남식의 무력통일도 아니고, 독일식의 흡수통일도 아니다. 우리는 평화공조,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3원칙 밑에, 1단계 남북연합제, 2단계, 남북연방제, 3단계 완전통일의 과정을 밝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6자회담에 성공하고 북한과 더불어 상설적인 협력 속에 북한을 그들이 원하는 대외개방으로 유도하고 지원한다면 북한은 지금 시작하는 시장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제 2의 중국’, 제 2의 베트남’의 길을 걷게 될이라고 말하고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는 더욱 공고해지고 남북 간의 교류 협력은 왕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국가들은 한반도에 대한 실질적 관련성과 영향력이 있으나 영토적 접근성은 없어 한반도 안전과 남북 협력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제한 김 대통령은 “6자회담이 상설화되면 EU가 정식 멤버 또는 옵서버로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독일을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오는 16일 베를린 자유대학이 정치, 사회, 학술분야에서 자유의 이상 실현을 위해 헌신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제1회 자유상’을 받는다.

자유상 시상식에서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연설하며,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 한스-디트리히 겐셔 전 외무장관,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이 축하사절로 참석할 예정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독친선협회 소속 정치인, 외교관들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독일 현지 언론과 회견한 뒤 18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00년 3월 9일 베를린 자유대학 연설을 통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북한에 제안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6월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방독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