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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12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7년 대선은 지난 20년간 우리가 일궈온 것을 거꾸로 돌려놓으려는 한나라당과의 대격돌”이라면서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중단하고,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온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대통합이 실패한다면 내년 총선 불출마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이러한 선택은 한나라당의 집권이 유력해 보이는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자칫 기둥뿌리마저 뽑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선후보로서 국민적 지지율이 여전히 저조한 것에 한계를 절감했다는 관측이다. 지난 16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으나 제주∙울산 경선에서 최하위를 기록하자 당시 7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경선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열린당 내에서 정동영 전 의장과 함께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김 전 의장이 대선 불출마와 백의종군을 선언함에 따라 범여권 대통합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상호 의원은 기자와 만나 “범여권 민주화세력과 정치인생을 함께한 분의 이번 선언을 가볍게 판단한다면 정치인이 아니다”면서 “총선도 안 나오겠다는 김 전 의장의 발언은 배수진이다. (대통합에) 다른 분이 응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김 전 의장은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역시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2007년 대선이 대한민국의 10년 미래를 가르는 분수령이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 버릴 것이 있다면 버리겠다”고 ‘정치인생’을 건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이 순간부터 열린당의 당적을 벗고 대통합의 광장을 만들기 위해 벌판으로 달려가겠다”며 “모두가 결단하면 통합을 이룰 수 있다. 6월까지 결단하면 시간의 장애물을 함께 넘을 수 있다”면서 탈당의사까지 시사해 이후 열린당 해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김 전 의장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김혁규 의원, 손학규 전 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며 “조건 없이 국면경선 참여를 선언해 경쟁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우리당과 중도통합신당, 민주당에 대해서도 “소통합을 반대하고 국민 속으로 함께 들어가 대통합의 징검다리가 돼 달라”며 “국민들과 함께하는 국민경선 축제를 준비하고 대선승리와 대통합의 시나리오를 함께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안정적 국정 마무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이제 미래에 대한 준비는 그분들에게 맡겨줄 것을 요청한다”며 국정에 전념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 “통합국면 주도권을 위한 계산” 혹평
한편, 범여권 대선 가도를 함께 달리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은 “안타깝고 존경스러운 결단으로 저도 그 마음과 똑같다”고 말했고, 손한규 전 지사도 “대통합을 위해 살신성인의 결단을 한 만큼 그의 고뇌와 충정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 “그의 결단이 통합의 새로운 정치를 이뤄가는 큰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영달 열린당 원내대표는 “본인의 큰 뜻을 뒤로 하고 대통합의 길을 걷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면서 “대통합의 김 전 의장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통합 ‘특정인사 배제론’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이번 선언에 대해 “통합국면의 주도권을 위한 계산”이라고 혹평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민주세력 분열의 책임이 있는 김 전 의장은 통합을 주도할 자격이 없다”며 “밀알이 되겠다고 한 말이 진실이라면 2선으로 후퇴해 근신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떠날 때 조용히 말없이 물러가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떠날 때 조차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면서 “이번 선언이 국민의 눈을 속이는 행위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