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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0일 “미국이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한 대북 금융제재를 모두 해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부분적으로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그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부상은 이날 미북 뉴욕회담을 마치고 귀국에 앞서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 측이 BDA 금융제재를 다 풀겠다고 약속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상의 이같은 발언은 BDA에 동결된 북한계좌에 대한 부분적 해제 방침을 밝힌 미국과는 상충된 입장이다. 김 부상 발언 이후 미북간 BDA 이면합의설까지 대두됐다. 이번 발언은 사실여부를 떠나 발언 배경도 관심이다.
이에 앞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5차 6자회담 3단계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13일 “BDA와 관련된 금융제재 문제를 30일(15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약속한 BDA 북한계좌 동결 해제 시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김 부상이 ‘2·13 합의 이행과 BDA 문제 해결을 연계 시키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자 관련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BDA 북한계좌 50여개 중 일부 합법적인 계좌에 한정해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 자금 2천400만 달러 중 ‘위험한’(Risky)계좌’와 ‘덜 위험한’(Less Risky) 계좌로 구분, ‘덜 위험한’ 계좌로 분류된 1천100만 달러에 한해 마카오 당국에 해제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조사 결과에 대한 공식발표가 남았지만 미국이 북한의 불법행위를 정치적으로 묻고 가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김 부상이 미북간 사전합의를 강조하면서 ‘2·13 합의 이행’과 BDA를 연계시키겠다는 주장하고 나선 데는 미국과 중국(마카오 당국)을 동시에 압박해 계좌 해제 대상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계산일 수 있다. 더 나가서는 동결계좌의 전면해제도 염두에 둘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미 당국은 BDA가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행위와 명백히 연계됐다는 판단에 따라 BDA 고위인사에 대한 기소 등 형사처벌, BDA 매각 또는 청산을 마카오 당국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계좌의 부분 또는 전면해제 여부는 BDA 본사가 있는 마카오 당국에게 위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BDA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미 국내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북한계좌 해제 문제는 마카오 당국에 맡겨 사실상 정치적으로 분리·처리하겠다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북한 자금에 대한 전면 동결 해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불법행위가 확인된 일부 북한 자금까지 모두 동결 해제할 경우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 제1718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점에서 마카오 당국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BDA와 초기조치 이행 연계 발언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단계부터 시간 조절에 나서려는 북측의 새로운 카드 던지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는 북측이 대외적인 협상에 주로 사용하는 ‘조건협상 전술론’에 기초한 것으로 매 협상 마다 새로운 카드를 던져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김 부상은 이날 “북미 양국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적성국 교역법에 따른 제재 해제 등의 현안을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하루 빨리 해결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시점은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면서 “아직 외교상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너무 입빠른 소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북간 구체적 논의가 오고 갔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그간 북한에 테러 지원국 삭제에 필요한 수 많은 요건들을 반드시 충족시킬 것을 지적해 왔으며, 조기 해제 시 부시 행정부가 워싱턴 내에서 엄청난 비판을 사는 만큼 명단 조기 삭제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