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한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에 핵신고와 관련한 다른 제안을 내놓더라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민간대표단에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과거의 모든 핵문제를 한꺼번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라이스 장관은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분석가의 말을 인용 10일(현지시각) RFA가 보도했다.
RFA는 “이들 전문가와 민간대표단의 신원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의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조엘 위트 국무부 전 북한담당관, 리처드 루가 공화당 상원의원의 케이스 루스 보좌관 등과 함께 지난 2월 중순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전하면서 추측을 가능케 했다.
특히 김 부상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북한적용 종료’ 등의 약속을 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아 자신이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김 부상은 ‘자신의 직속상관들에게 미국이 변한 것 같다. 힐 차관보가 테러지원국 해제 등 여러 가지 양보안을 제시했다’고 보고했다”면서 “그런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아 ‘북한 정부 안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화됐다’고 불평했다는 말을 그를 만난 미국측 인사들로부터 들었다”고 외교분석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김 부상은 또 “북한 핵신고 문제의 주된 걸림돌로 떠오른 북한과 시리아간의 핵 협력설과 관련, ‘미국 내 정보기관간의 실랑이에 불과하니 큰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란 말을 힐 차관보로부터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 문제로 인해 핵신고 문제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최근 들어 불평을 하고 있다는 게 방송의 설명이다.
김 부상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계획과 시리아와의 핵확산 활동을 완전히 인정한다면, 미국도 이 같은 사실을 비밀로 처리할 것이며, 차후 협상에서도 악용하지 않겠다’라는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제안’과 관련, “우리가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고 외교분석가는 전했다.
이 외교분석가는 “지난해 하순부터 북한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가 진행되던 중 북측 관리들이 미국측 관리들에게 플루토늄 추출 샘플 일부를 제시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 미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추출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추출해냈음을 파악해내자 북측이 미국의 기술력에 대해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는 “결국 미국측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북한은 지금과 같은 답보상태가 계속되더라도 끝까지 버틸 경우 미국도 북한을 ‘제한적인 핵국가'(limited nuclear weapons state)로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대우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