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부상 `중국겨냥’ 발언 배경

중국에 대한 단순한 섭섭함의 표현인가, 대미 직거래의 열망을 표현한 것인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최근 뉴욕방문때 비공개 석상에서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부상은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김 부상이 “중국은 우리를 이용만 하려고 한다”는 발언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이 발언이 공식 회담 자리에서 나온 말이 아닌 만큼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국에 대한 북한의 감정과 북.미, 북.중 관계에 대한 전략적 구상이 담긴 뼈있는 말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발언 배경에 대해서는 우선 지난 해 북한의 핵실험을 정점으로 북.중간 전통적 혈맹관계에 미묘한 변화조짐이 생긴데 따른 북한의 대중(對中)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 해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잇달아 찬성표를 던지고 중국령인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허덕이는 동안 중국이 미국의 입장에 줄곧 동조했던 점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 느끼는 서운함이 컸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기복이 있더라도 북.중관계의 성격을 규정할 때 흔히 사용하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상황은 여전하기에 김 부상의 발언이 북.중관계의 기본 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4일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 류샤오밍(劉曉明) 대사와 다정한 포즈를 취한 것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싣는 장면이었다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김 부상이 중국을 통해 자국과 대화해온 기존의 패턴을 버리고 앞으로 모든 양자 현안을 논의할 때 이른 바 ‘직거래’를 하자는 메시지를 미측에 전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 해 핵실험을 감행한데서 보듯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으니 ‘괜히 중국에 힘 써 줄 것을 부탁하지 말고 직접 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더 나아가 이미 2.13 합의를 계기로 양자대화를 갖기로 한 만큼 북.미 직접대화가 중국의 중재를 거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직접 대화의 틀을 굳히고자 하는 희망이 김 부상의 언급에 담겨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 1월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베를린 회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양자대화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북.미는 북핵 관련 협의를 할 때 중국이 사이에 낀 3자 대화의 형태를 견지했었다.

아울러 보다 큰 틀에서 동북아에서 벌어질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경쟁에서 북.미 관계의 진전을 계기로 북한이 상황에 따라 ‘줄타기’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북.미 관계 개선으로 한반도 평화의 ‘판’이 바뀌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동북아에서의 미-중간 경쟁 구도 속에 때때로 북한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는 이른 바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는 메시지가 김 부상의 언급에 담겨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분석관과 존 루이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지난 1월 워싱턴포스트지(紙) 기고문에서 “북한이 미국에 바라는 것은 핵포기에 따른 일련의 보상이나 정전협정의 평화조약 대체와 같은 정치적 조치가 아니라 미국이 미래 동북아 구상속에 북한의 존재와 체제를 인정해주는데 있다”고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북한은 미국이 중국, 일본을 상대로 한 한층 장기적이고 훨씬 거대한 세력균형 게임에서 자신들이 미국에 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결국 북한이 이 같은 믿음을 현실화할 수 있는 무대는 북.미 직접 대화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