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남북한 전쟁터 불원’ 발언 배경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방미 후 “남북한이 전쟁터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 1953년 7월 27일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미간 사상 첫 관계정상화 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유엔개발계획(UNDP)이 자신의 뉴욕방문 일정에 맞춰 2일 대북사업 중단을 전격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도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김 부상의 이번 발언은 북미간 쟁점 현안들을 순조롭게 해결하고 싶다는 차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과거 북핵 위기가 한창 고조됐던 지난 94년 3월 ’서울 불바다’ 위협 발언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게 그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미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박영수 북측 단장은 제8차 남북 실무접촉 자리에서 “남측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엄중하게 말하면 전쟁선언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고 그 쪽이 전쟁을 강요한다면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고 위협,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어쨌든 김부상의 이번 발언은 북미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이나 미국에 위협을 가하려는 것과는 전혀 무관해 보인다.

특히 김 부상이 최근 북미관계 진전을 긍정 평가하면서 “북미관계가 진전되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큰 업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미간 대화를 거듭 강조한 사실은 향후 북미, 남북관계 전반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5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북미 관계정상화 회담에 북측이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미국의 양보와 결단을 촉구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2.13 합의를 통해 북핵 초기이행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만큼 미국도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북한을 정식 대화 상대로 인정, 이를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날 “북한은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적성국 교역금지법에 의한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 해제 문제를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계좌 50여개에 예치된 2천400만달러 전액 해제와 양국간 국교 수립을 위한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금주 중 800만-1천200만달러에 대한 선별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김 부상이 “북미관계 진전은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큰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북핵 문제에 대한 더많은 양보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이라크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란핵 문제로 민주당과 국민들로부터 집중비난을 받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 차제에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체제보장, 북미간 국교수립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완전 해결할 경우 큰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발언이라는 얘기다.

김 부상이 북미간 직접대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는 사실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발언이 2.13 핵타결의 미국측 주역이기도 한 힐 차관보나 존 네그로폰테 신임국무부장관의 평양 방문, 궁극적으로는 라이스 장관의 북한 방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돈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 후반기인 지난 2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추진됐던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힘들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과 측근들이 최근들어 이례적으로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김 부상의 이번 미국 방문에 초특급 경호체제를 구축하며 의전에 극도의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관측이 전혀 근거없는게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라이스 장관의 평양 방문이 이르면 4,5월 중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맞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정상회담이 6월을 전후해 개최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한반도 문제가 급류를 타는 분위기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한미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폐기에 나선다면 김 위원장과 함께 6.25 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차기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주의제가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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