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2일 발언’과 北 고심 배경

제4차 6자 회담이 열흘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에서 제시한 공동성명 4차 초안의 수용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국내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은 북한이 초안에서 제시된 핵폐기 범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적어도 현 국면에서는 북한의 결단이 이번 회담의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북한이 고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북 안전보장에 대한 확실한 담보없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무장해제’를 결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분석은 2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의 다오위타이(釣魚臺) 회담장에서 북한 대사관으로 들어가던 길에 갑자기 차를 세우고 대사관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에게 던진 회담 기간 중 ‘유일한 공개발언’을 통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당시 김 부상은 “미국의 우리에 대한 핵위협이 제거되고 신뢰가 조성되는 데 따라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계획을 포기할 결심이며 이것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우리가 결심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같은 발언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가 1일 밤 기자들에게 “진전이 있다면 계속 (베이징에)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며 압박성 발언에 대한 반격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북한의 협상 목표를 거듭 외부에 주지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됐다.

발언 내용만으로 보면 ‘핵무기 관련 계획’이라는 표현을 통해 그간 핵무기 폐기만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던 북한이 슬쩍 양보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이 제시한 4차 초안에서 평화적 핵이용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 폐기 범위를 둘러싼 이견은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왜 북한은 장고를 거듭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 역시 현재로서는 김 부상의 ‘유일한 발언’에서 힌트를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회담장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4차 초안에는 북한에 어떤 형태로든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우려하는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북.미 관계정상화 혹은 다자간 안정보장이라는 말 속에 가려져 있는 탓인지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2002년 1월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제2차 핵태세 검토보고서(NPR)는 북한뿐 아니라 자국과 수교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도 핵선제 공격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결단을 머뭇거리게 만들 수 있는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수교를 지향하는 관계 정상화만으로는 핵위협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지면서 치밀한 계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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