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평화체제 언급’ 의미와 전망

뉴욕 북.미회담의 스타로 떠오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10일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뉴욕 회담의 성과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으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앞으로 힘을 다해 빨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수립함으로써 한반도 냉전 산물을 없애 버리자고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5-6일(미국 현지시간) 진행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다른 관계정상화 현안과 함께 비중있게 다뤄졌으며 북.미간에 특별한 이견이 없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김 부상은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4개국만 논의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4개국만이 논의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일본과 러시아를 제외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당사자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동안 평화체제와 관련해 북한측의 입장이 미국 민간인사 등에 의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적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북한 당국자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김 부상이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평화체제에 대한 북측의 속내를 드러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점이 1953년 체결된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무효화’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4개국을 언급한 것은 정전협정에 조인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한국의 위상을 북한이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평화체제의 다음단계 논의 사항인 평화협정 마련작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지를 놓고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을 상정한 의견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4개국이 참여하는 평화체제 논의는 지난 90년대말 진행된 4자회담에서 이미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고 곧이어 밀어닥친 제2차 핵위기로 인해 논의 자체가 한동안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별도의 포럼’을 구성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고 지난달 이뤄진 `2.13 합의’ 이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둘러싼 주요 참가국의 생각은 대략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과정에서 한국이 과거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조인국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교전국이고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라는 점에서 논의의 한축을 당당히 맡는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4자 회담론에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북한측의 입장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외교적 협의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포럼 형태가 될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정부는 일단 2.13 합의에 따라 진행될 이른바 ‘초기조치’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재의 흐름을 감안할 때 대략 4월말이나 5월초에 열릴 6개국 외무장관 회담 이후부터 평화체제 논의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향후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어느 국가가 쥐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이슈”라면서 “4자 포럼이 되더라도 핵심 주역은 남북한(2)이 되고 미국과 중국은 증인 또는 조력자가 되는 방향으로 논의의 흐름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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