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힐 회동서 실질진전 있었나

각각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9일 `베이징 회동’에서 북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물밑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공식발표에서 확인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라는 상호 `체면 살리기’ 이외에도 회담이 재개되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인 것이다.

그런 기미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9∼10일 중국 방문을 수행했던 미 정부 고위관리들을 통해서 감지되고 있다.

로이터와 AP 통신 등은 10일 이들 미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차기 회담에서 북한은 핵군축협상을 시도하지 않는 대신, 미국은 HEU(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존재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북한에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두 문제는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그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제4차 6자회담을 앞두고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못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의 핵군축 회담 주장 ▲북한의 HEU
문제 ▲핵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 한반도 비핵화 공방이 서로 좀처럼 양보하기 힘든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생각해왔다.

이 가운데 지난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의 성명을 통한 핵무기 보유선언에 이어 3월 31일 기존 6자회담을 핵군축 회담으로 전환하자고 한 이른 바 핵군축 회담 주장이 북핵 상황을 종전보다 더욱 어렵게 몰아갔던 게 사실이다.

기존 6자회담이 북한의 핵무기 비(非) 보유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핵군축회담 주장은 이를 완전히 뒤집고 핵무기 보유국 간의 협상을 하자는 것으로 한.미.일.중.러 5개국이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5개국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군축회담 주장은 6자회담의 붕괴를 뜻한다는 인식아래 이를 수용한다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HEU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수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전 국토를 샅샅이 뒤지지 않고는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의 HEU 주장은 자국의 모든 군사시설까지 탐지해 무력화시키려는 술책이라고 반발하면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핵군축회담 주장과 미국의 HEU 인정 주장이 일단 논외로 된다면,
제4차 6자회담은 핵심쟁점이 사라지면서 적어도 3차 6자회담의 협의 수준이 되거나, HEU 공방도 제거돼 그보다 더 나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플루토늄 핵 동결 대 보상 협상에 주력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적어도 이와 관련된 성과는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3차회담에서 핵폐기를 위한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북한이 국제사찰을 받는 방식의 핵폐기를 받아들인다면 한ㆍ중ㆍ일ㆍ러 4개국이 매달 수만t의 중유를 제공하고, 미국은 대북 불가침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고 테러지원국 명단해제와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협의도 할 수 있다는 포괄적 비핵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도 동결 대 보상 방안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대 제안과 미측의 3차회담 제안은 서로 상승작용을 해 회담의 성과를 이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