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힐 무엇을 협의했을까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13일 베이징(北京) 회동에서는 비핵화 2단계 이행방안과 관련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관측은 이번 회동이 시기적으로 16~17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리는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동남아 제3국에서 열릴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회의라는 ‘이벤트’에 앞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힐 차관보 역시 김 부상과 회동 후 “이번 회동은 비핵화 실무회의를 앞둔 사전 협의”라며 “김 부상은 비핵화 실무회의에 관해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미리 설명했으며 우리도 북한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일부 생각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는 두 사람이 핵시설 불능화의 기술적 방법에 대해 의견교환을 했으리라는 짐작을 가능케 하는 대목으로, 두 사람은 우선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미답의 경지인 ‘핵시설 불능화’를 어느 수준의 조치로 규정할지에 대해 기본적인 의견을 조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와 관련, 신고대상에 어떤 시설들이 포함되어야 할 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또는 핵폭발장치를 신고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핵심 쟁점이 돼온 북한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보유 의혹 규명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을 가능성이 높다.

UEP문제는 핵프로그램 신고 차원에서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다뤄질 이슈지만 2002년 이 문제를 제2차 북핵위기로 비화시킨 미국과 북한이 ‘결자해지’하는게 최선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두 사람은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6월 힐 차관보의 방북 등을 계기로 UEP 규명에 성의를 보이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점이나 미측이 최근 핵무기 제조용이라는 의미를 담은 고농축우라늄(HEU) 대신 중립적인 UEP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한 점은 양측의 논의에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이다.

불능화 및 신고조치에 대한 논의와 함께 북측이 희망하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문제 역시 심도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두사람 간 회동의 형식 측면에서 이번 비핵화 실무회의에 참가하지 않는 김 부상이 베이징으로 건너오는 성의를 보여가며 13일 힐 차관보를 만났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11일 베이징을 찾았던 김 부상은 14일 고려민항 편으로 평양에 돌아갔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6자회담 장 밖에서 일체의 양자협의를 하지 않던 때가 어제 같은데 실무회의에 앞서서 사전 협의까지 가진 것은 6자회담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북.미는 현재 뉴욕 채널을 통해서도 활발히 접촉, 현안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