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의 미소…북핵 외교의 의미는?

지난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막된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첫 회의에 북한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회담을 전후해 시종 온화한 미소를 지어 현지 외교관들의 주목을 끌었다.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 이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비공개 세미나에는 헨리 키신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 거물급 전.현직 관리들이 참석, 김 부상의 방미를 환영했다. 이 때문인지 세미나장에서 나오는 김 부상의 얼굴에서는 미소를 머금은 밝은 표정이 떠나지 않았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2일 김 부상이 합리적인 성격과 온화한 미소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수석대표로 ‘악랄한 경찰’역을 맡았던 강석주 제1부상 아래서 ‘착한 경찰’ 노릇을 했으나 지난 15년간 우여곡절 속에 핵 외교 일꾼역을 하다 보니 점차 ‘터프 가이’로 변신해왔다고 전했다.

FT는 또 6자회담 등지에서 까다로운 인상을 보인 그가 방미 기간 늘 웃음을 띠었던 것은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즉, 이라크와 이란정책에서 실패를 거듭해 온 미국으로서는 김 부상이 ‘미소’를 머금고 있는 현 상황이 ‘악의 축’의 일원인 북한을 상대로 외교적 치적을 쌓기에 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또 북 관리가 미국에서 외국대통령 방미 장면에서나 볼 수 있는 리무진과 특별 경호가 제공되고 ‘거물급’ 인사들의 행사장 대거 참석 등 ‘칙사대접’을 받은 것은 4년 전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논평했다.

조엘 위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004년 4월 제네바 협상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국가안보회의(NSC) 출신의 데니얼 포네먼 국제정책포럼(FIP) 연구원과 공동으로 펴낸 책 ‘벼랑끝의 북미협상:제1차 북핵위기’에서 김 부상을 ‘사교적인 인물(gregarious man)’로 묘사했다. 김 부상은 당시 악역을 맡은 강석주 수석대표를 대신해 온화한 미소로 상대방을 달래는 역을 맡았다고.

이렇듯 ‘미소 띤 자객(smiling assassin)’으로 불리며 온화한 모습을 간직했던 김 부상은 지난 15년간 북핵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점차 ‘험한 역’을 맡는 외교 일꾼으로 성장해온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외교관들은 그러나 김 부상이 본질적으로 호전적인 레터릭을 구사하는 국가 출신이지만 합리적이고 평범한(matter-of-fact) 인물로 평하고 있다. 김 부상은 또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데다 감정이 상한 모습을 쉽게 보이지 않는 등 외교관으로서의 자질도 훌륭하다는 것.

이런 자질에도 불구, 그는 협상 전권을 갖고 있지 못해 협상이 지지부진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일 뉴욕에서 김 부상과 경수로 문제를 논의한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전 사무총장은 “중시해야 할 점은 그가 어느 정도 협상권한이 있는 타국 외교관과 달리 훈령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운신의 한계다”고 지적했다.

카트먼은 또 김 부상이 10여년간 ‘미소 띤 얼굴’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협상 상대가 더욱 창의적이고 해법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매진하도록 격려하는 역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아주 훌륭한 외교관이다”고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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