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동생이자 북한 노동당 경공업부장인 김경희가 장마당을 통해 당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북한 주민의 증언이 14일 나왔다. 국가 재정의 악화로 통치자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암묵적으로 장마당을 용인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통일연합·북한민주화위원회는 이 같은 증언이 담겨 있는 북한 주민 14명의 인터뷰 영상을 ‘북한주민 및 북한이탈주민 통일인식 조사결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 인터뷰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지난 상반기 말에 이뤄졌다. ☞동영상 바로가기
이 영상에서 북한 여성 A씨는 “한국에서 북한 아이들에게 보낸 옷들을 김경희가 맡아서 그 아래 간부들에게 도매를 시킨다. 당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면서 “그 아래 간부들은 개인 장사꾼에게 한 컨테이너 당 4천 달러에 넘기고, 또 그 장사꾼들은 5백 달러를 붙여 다른 장사꾼에게 넘긴다. 이 과정을 통해 결국 대북지원 의류들이 장마당으로 흘러 나온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대북지원 물품이 장마당으로 흘러들거나 간부들의 사익 채우기로 전용된다는 증언도 나왔다.
북한 여성 B씨는 “대한민국 쌀이 북한에 많이 들어왔는데, 쌀은 못 보고 40kg 포대만 봤다. 쌀이 들어오면 간부들이 주민들한테 주지 않고 개인 장사꾼들 한테 넘긴다”면서 “내가 만약 돈이 있다면, 부두에 나가서 관계자와 약속하고 돈을 건네면 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주민들은 대북지원 식량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북한 남성은 대북지원 물품이 도매상 격인 ‘큰 장사꾼들’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대다수는 장마당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한다. 인터뷰 대상자 14명 중 78.6%(11명)가 장마당을 통해 해결한다고 밝혔다. 또한 병에 걸렸을 때 약을 구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42.8%(6명)을 차지했고, 환자 발생 시 약을 개인적으로 구하거나 시장을 통해 구한다고 응답한 북한 주민은 14명(복수응답)에 달했다.
이외에 ‘얼음’이라고 불리는 마약과 관련된 설문조사에서도 ‘돈만 있으면 구하기 쉬움’이라는 응답이 50%를 차지했다.
한 북한 남성은 영상 속 인터뷰를 통해 “‘얼음’은 권위 있는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논다.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얼음을 흡입하고) 여자들과 노는 것, 그런 장난질이 지금 좀 퍼져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