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부재, 장성택 위상약화로 권력갈등 초래”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그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일본에서는 김경희 사망설까지 나온 바 있다. 노동당 비서인 김경희는 지난 5월 12일 김정은과 함께 조선인민내무군협주단 공연관람을 마지막으로 80여일 째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아버지 김일성 사망 19주기였던 이달 8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린 참배행사에 불참하면서 그의 신변 이상설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김경희가 장기간 등장하지 않으면 ‘혼수상태’ 등 위독설, 사망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그가 북한 매체 등에 다시 등장해 건재를 확인되기도 했던 만큼 이번 역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보당국도 “김경희와 관련한 정보는 파악된 바 없다”는 답변이다.


그럼에도 김경희가 장성택과의 불화에 따라 1990년대 초반부터 심각한 알콜중독 현상과, 우울증을 동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심혈관계 만성질환도 앓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1946년생인 그는 올해 나이 68세로 적지 않은 나이여서 장기간 두문불출하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정작 관심 대목은 그가 부재한 상황이 북한 정치권력에 미칠 영향이다. ‘로얄패밀리’인 김경희는 남편인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 권력의 핵심 후견세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남편 장성택의 위상 약화로 인한 권력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2010년 4월경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경희와 그 남편인 장성택이 후계자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김정일 사후 북한의 혼란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김경희-장성택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 것인데, 황 전 비서는 김경희의 혈통성을 보장하고, 장성택의 관리능력을 평가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렬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경희의 부재 상황은 김정은과 함께 지탱해 온 북한의 김일성 가계 혁명 정통성의 한 축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일지도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김정은에게 결코 좋은 구도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장성택의 혈통에 대한 후견역할은 김경희 역량을 통해 반영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결국 김정은과 장성택과의 연결고리도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권력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장성택에게 지금 당장은 김정은과 협력 외에는 다른 길이 없지만, 점차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도 “김경희의 우산 아래 있었던 장성택의 활동 폭도 그만큼 좁혀질 수밖에 없다. 장성택이 그동안 김경희와 함께 커튼 뒤에서 김정은 권력을 수렴청정했던 것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의 배후 권력이 사라질 경우 장성택의 선택이 어떨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김정일 때 철저히 복무했다면 김정은 때는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희는 백두혈통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권력 엘리트와는 또다른 특권을 지닌다. 장성택, 최룡해도 김정은에게 제의서 등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반면, 김경희는 언제든 김정은에게 대화를 통해 다방면의 충고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권력의 완충 역할을 해온 김경희가 사라질 경우 김정은의 실수가 더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1년 반 동안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다져왔고, 김경희의 역할이 정권 전반에 크지 않기 때문에 부재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경희 사망할 경우 동생 김여정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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