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이 전격 처형되면서 그의 부인인 김경희의 거취 문제에 대한 갖가지 ‘설(說)’이 난무했지만, 15일 북한매체에 의해 소개돼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한 장성택과 연루된 ‘추문설’이 나돌았던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역시 58일 만에 북한 기록영화에 등장하면서 여전히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김정일 사망 2주기인 오는 17일 김경희와 리설주가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경희는 지난 9월 이후 현재까지 북한 공식 매체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가택연금설’, ‘건강악화설’ 등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사망한 김국태 당 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 위원장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리면서 김정일 사망 2주기 행사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장성택을 숙청하기 전에 이미 부부 관계를 정리했기 때문에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할 수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올 초부터 ‘건강악화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만큼 건강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경희는 올해 들어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는데, 건강이 심각하지 않으면 김정일 추모 2주기 행사에 참여할 것”이라면서 “‘백두혈통’이고 장성택과는 숙청 전 이미 부부 관계를 정리한 단계였기 때문에 장성택 처형과는 무관하게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본 아사히신문 역시 지난 13일 김경희가 장성택 처형 직전 강제로 이혼했다고 중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부부 관계를 유지한 채 장성택을 처형할 경우 이른바 ‘로열 패밀리’의 위상에 흠집이 날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역시 지난 10월 16일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이후 58일 만에 북한 기록영화에 등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장성택 처형 다음 날인 13일 리설주가 지난해 여름 김정은과 현지 시찰에 동행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다만 기록 영화는 당일에 촬영된 것이 아니어서 58일 만에 현재의 모습이 공개됐다고 보기엔 어렵다.
리설주는 장성택의 주선으로 김정은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성택과 연루된 ‘추문’이 불거지기도 했다. 때문에 리설주의 김정일 사망 2주기 참석 여부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리설주는 지난해 김정일 사망 1주기에는 만삭의 몸으로 참석하기도 해 이번 행사에 불참할 경우 신변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리설주 등장 여부에 대해 “등장하지 않는다면 관련 소문이 일부 사실일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과거 행적에 대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리설주의 등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 초 강경모드로 갈 때는 (리설주를) 등장시키지 않다가 4월말 유화국면으로 갈 때 등장시켰다”면서 “장성택 숙청 작업 진행 중에는 리설주 등장을 꺼리다가 숙청이 끝나고 유화국면으로 가면서 등장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