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부 강경파인 전 인민무력부장 김격식을 김정은 시대 군 2인자 격인 총참모장에 임명했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는 22일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특사 소식에서 환송 명단에 김격식(75·대장)을 총참모장으로 호명했다.
북한 당국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뤄지는 국방위원회 인사를 제외하고는 관영 매체에 등장하는 호칭을 통해 보직 및 계급 변동 내용을 확인해왔다.
최근 인민무력부장에 50대 장정남(상장-우리 중장 계급)이 임명되면서 김격식이 군 원로로 은퇴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격식은 인민무력부장보다 실질적 핵심 보직인 총참모장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서 북한군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김격식의 총참모장 기용을 두고 김정은이 군부 핵심 간부 인선의 밑그림을 완성한 것으로 봤다. 또한 김정은이 신진 군부 인사를 선호하지만 경험과 능력, 충성심 측면에서 김격식을 다시 선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 4월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과 국가급 훈련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현영철 전 참모장이 지휘권 행사에 미숙함을 드러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김정은의 잦은 인사 및 계급 변동이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정은은 군부 내에 소장파 중심으로 충성심이나 능력이 있는 인물을 찾다가 없어 고령임에도 김격식을 재차 등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격식의 충성심과 군에서의 경험 등을 고려해 핵심 요직인 총참모장에 등용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김격식은 김정일 생전 그의 신임이 두터웠고 지난해 7월 노동신문에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글을 게재한 바 있고, 10월에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됐다. 또한 김격식은 서부 전방 지대를 관할하는 2군단장을 13년, 서해 NLL(북방 한계선)을 관할하는 4군단장도 맡는 등 전방 야전군에서 잔뼈가 굵다.
한 대북 전문가는 데일리NK에 “당 중심으로 체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김정은이 여러 논의와 시험을 거쳐 1차적으로 군에 대한 인사를 마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체제를 함께 이끌어 나갈 각오가 돼있는 사람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제는 이 인물들을 중심으로 군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총참모장에 강경파인 김격식을 임명한 것은 ‘향후 강경한 대남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대남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강경파인 김격식을 등용하면서 대남 강경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