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격식 교체설’ 흘린 정부 의도가 궁금하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작전 책임자로 지목된 김격식 북한인민군 4군단장의 교체설이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에게 미확인 정보라는 점을 전제로 “최근 해주 4군단 사령부에 신임 군단장 취임식으로 보이는 행사가 있었다”며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9.9 정권창건일 열병식 당시 군단장들 사이에서 김격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4군단장 직책과 무관한 행사에 나타났다는 정황도 제시했다. 상당히 구체적인 근거가 뒷받침되고 있어 교체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김격식 교체 문제는 중대사인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정보당국이 김격식 교체설을 언론에 알린 저의가 일단 궁금하다. 아직 설에 불과한 내용을 공개한 이유가 천안함, 연평도 주범이 물러나서 북한의 서해 NLL 도발 가능성이 일부 완화됐다는 것인지, 우리 정부가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펴서 북한의 양보조치를 이끌어냈다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유연한 태도를 갖자는 것인지 그 배경에 의문이 든다.  


이번 김격식 교체설은 아무래도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와 관련지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비정치적 영역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남북관계의 안정적 채널을 갖추겠다고 말해왔다.


정부는 최근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국제기구를 통해 의료기구와 간염백신 등을 지원했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조치도 나왔다. 군은 남북대화 환경 등을 고려해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했고, 정보기관은 해상 탈북자들로부터 나오는 정보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했다. 김격식 교체설은 류 장관의 대북 유연성 조치에 탄력을 훨씬 높여줄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북한이 김격식을 실제 인사조치했다면(전보 조치라 해도) 이는 의미가 있다. 최소한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려는 시늉을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격식 교체만으로 ‘천안함,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의미 있는 조치’가 나왔다고 볼 수는 없다.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로 해석할 수 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리도 만무하다.


김격식 교체설이 사실로 기운다면 정부는 그 다음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백방으로 기울여야 한다. 교체설로 호들갑을 떤다면 국민여론 무마용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류 장관 취임 후에도 국민여론을 의식해 수차례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통일부 장관에 오르고, 유연성 구호 아래 대북지원을 이어가고, 북한을 자극하는 조치를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연평도 주범 교체설을 흘리는 것이 결국 정상회담 성사 밑밥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금 남북간 비공식 채널에서 정상회담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 북한과 대화가 만족스럽게 이뤄진다면야 대북지원이든 정상회담이든 가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상당한 북한의 움직임이 가시화 된 것은 없다. 북한의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조치를 두고 오히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려 들까봐 적지 않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