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파고 속 북ㆍ미 접촉

조셉 디트러니 미국 국무부 대북협상대사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북측에 직접 전달한 것은 북한에 6자회담 참가 명분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주권국가’ 발언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관리가 그동안 언급해온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미국의 북한 담당자가 직접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찾아가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라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북이) 요구한 것이 있다면 미국이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보도들이 전해지기에 그것이 사실인가를 미국측과 직접 만나 확인해 보고 최종결심을 하겠다고 한 것뿐”이라고 밝힌 데 대해 미국이 대답한 것이기 때문이다.

1년 가까이 북한과 미국은 `핵 해법’에서 평행선을 달리면서 날카롭게 대치해 왔다. 북한은 이 와중에 지난 2월 `핵무기 선언’, `6자회담 무기 불참’을 선언해 긴장감을 높였다.

더욱이 북한은 ‘2.10 선언’ 이후에도 미사일 발사유예조치 철회 의사 천명, 6자회담의 군축회담화 주장, 영변 5㎿급 원자로 가동 중단, 5MW 원자로 폐연료봉 인출 작업 완료 발표 등 긴장의 파고를 높여 나갔다.

디트러니 대사의 북한대표부 접촉 시점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1일 “(영변) 5MW 시험원자력발전소에서 8천 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최단 기간 내 성과적으로 끝냈다”고 발표한 직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미국에 부담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또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4일 미국이 북ㆍ미 접촉에 나서게 된 것과 관련, 미국 스스로가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향적인 외교노력에 나선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는 설이 나도는데 대해 갈수록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한ㆍ중ㆍ러 3국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1993년에 신형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 당시 열리던 북ㆍ미 고위급회담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또 1998년 8월 `광명성1호’를 발사하자 이듬해 5월 윌리엄 페리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그해 9월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대북정책 기조로 확정한 바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