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긴박한 하노이 ‘북핵 협의’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9차 아셈(아시아.유럽) 외교장관회의도 북한의 전격적인 제2차 핵실험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경제위기 및 범세계적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아시아.유럽간 파트너십 강화’라는 주제로 25일부터 이틀간 다양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예정된 각종 일정과 논의 내용이 크게 흔들린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날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하노이 대우 호텔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극적으로 연출됐다.

당초 양국 외교장관은 회담을 통해 고위급 인사들을 포함해 양국의 인적 교류 확대 등을 합의하는 한편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 상황을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회담 직전 전해진 북한의 핵실험 강행 소식에 초반부터 ‘심각한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두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국제사회의 도전’으로 인식하고 유엔 안보리를 조속한 시일내 개최해 강력한 대북 대응을 취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국 외교장관은 이어 다음 일정으로 잡혀있는 유 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장관간 회담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확인하기로 했다.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향후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일 외교장관회담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중국은 ‘냉정한 대처’를 강조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안정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나아가 이번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협상국면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으려는 의지가 읽혔다.

특히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전 중국에 관련 내용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와 다른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강행 당시에는 실험 강행 직전에야 중국에 통보해 양국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으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게 된 주된 동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이 ‘냉정한 대처’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에 반대 또는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유엔을 통한 대응을 놓고 관련국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은 이처럼 양자간 이슈 외에도 아셈회의 자체의 다자 의제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9차 아셈 외교장관회의 결과를 정리하는 공동성명에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을 규탄하는 내용이 추가되도록 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으로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이런 우려를 공동성명에 담는 것은 당연하다는게 현지 고위 소식통의 전언이다.

유명환 장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아셈 무대에서의 ‘중요한 협의’가 끝나는 이날 밤 서둘러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아셈 회의장 주변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관련된 각국의 ‘애도’ 움직임이 곳곳에서 확인되는 등 ‘한반도 이슈’가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