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밀해지는 북·중 관계

북.중 양국 관계가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불리는 전통적 혈맹 관계를 복원하고 갈수록 긴밀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실용주의로 무장한 제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체제가 출범하면서 항일.항미 정서를 공유, 의리를 강조하던 이전 세대에 비해 북한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런 예상을 깨고 2004년 4월 후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면서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가 건재함을 국제 사회에 과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10일 극비리에 중국 방문에 오른 것은 위폐를 앞세운 미국의 압박에 그래도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는 중국뿐이라는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자 소방수로 나서 6자회담을 만들어낸 중국은 북.미 양국의 팽팽한 대치로 회담이 교착국면에 빠질 때마다 북한의 후견자로서 역할을 자처하며 돌파구를 마련해 왔다.

작년 2월10일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보유를 선언, 6자회담이 파국으로 치달을 때도 중국은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보내 김 위원장의 의중을 타진했었다.

무엇보다 중국은 에너지 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압박해 핵포기를 설득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하게 뿌리침으로써 북한 지도부의 신뢰를 얻어 9.19 공동성명을 끌어내는 데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양국의 정치적 밀월관계는 작년 10월 28∼30일 후 주석의 방북으로 절정에 달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굳건한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고,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최고점에 도달했다.

북한 매체들은 후 주석의 방북을 전후로 “피로써 맺어진 조.중 친선”. “형제적 중국 인민”, “조.중 친선은 압록강의 흐름과 더불어 영원할 것”이라고 보도를 잇따라 내보내 대대적으로 후 주석을 환영했다.

특히 경제 분야의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양국은 전통적인 혈맹 관계의 토대 위에 전략적인 경제 파트너로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2002년 신의주 특구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당시의 냉랭함은 이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양국의 경제협력은 작년 3월 북한 경제를 진두 지휘하고 있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중국을 방문, ‘투자장려 및 보호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급속히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중국의 무상원조로 완공된 평안남도 대안군의 대안친선유리공장에 우이(吳儀) 부총리와 후 주석이 잇따라 방문하면서 이 공장은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물이 됐다.

로두철 내각 부총리가 작년 12월24일 중국을 방문, 쩡페이옌(曾培炎)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해상에서의 원유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에 서명한 것은 양국 경제협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이는 중국이 북한을 단순한 상품시장이 아니라 에너지와 자원분야 개발협력을 위한 전략적 경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북.중 관계는 냉전시대 양국 관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하지만 중국의 경제지원에 따른 개방 요구를 북한 지도부가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양국 관계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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