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번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됐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2차 회담에서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해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6월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및 번영 구축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하노이 담판’이 결렬이 확정된 후 바로 북한 주민 1인과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 주민의 발언을 통해 현재 내부 분위기와 김정은 체제의 평가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다음은 양강도의 한 공장 기업소 일꾼 정혁남(가명) 씨와의 일문일답]
– 조미(북미) 합의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알고 있나.
“여기(북한)서 어떻게 아나. (당국이) 발표하기 전에는 제대로 알기 힘들다.”
– 일단 조미 수뇌(정상)가 만났지만, 생각차가 컸던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버지(김정일)였다면 기대를 안 했을 거다. 그래도 (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하고 직접 마주 앉아 회담하는 걸 보니까 새로운 정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어느 정도 했었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믿는 것은 아니고 실낱같은 한 가닥 희망을 가져 본 거다. 이번에는 제발 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는데 아쉽긴 하다.”
– 적대 관계 청산, 결국 뒤로 미뤄졌다.
“사실 우리 백성(주민)들은 ‘조미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질까?’ 긴가민가한 생각들이 많다. 당장은 관계정상화를 합의했다고 해도 말뿐이지, 우리도 방식(체제)을 바꾸기 전에는 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 제재 해제, 갈 길이 더 멀어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기대감은 큰 편이었다. 그만큼 미국 때문에 제재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난 큰 기대는 안 가졌었다. 너무 오래 겪어본 일이라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 이는 또 핵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핵 시설을 폐기한다고 했으면 우리는 실제로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핵 포기는 절대로 안 할 것이다. 어떻게 만든 핵무기인데 그걸 버리겠나? 절대 버릴 수 없다.
또한 내 생각에는 검증이 들어간다고 해도 일부는 할 수 있겠지만 얼마든지 감출 수 있기 때문에 핵 포기는 안 할 것이다.”
– 그렇다면 남쪽에 있는 미국 군대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남조선(한국)에 미국군이 없으면 절대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 군대가 남조선을 철저히 지켜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과 한국은) 절대 미국군을 철수 못 한다고 보고, (북한 주민들은) 항상 (미국군을)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한다. 앞으로도 우리 조선 주민들 속에서 이런 생각을 뽑기에는 아마 힘들 거라고 본다.”
– 미국이 조선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을까?
“미국이 우리를 국가로 인정한다? 이거는 특별히 백성들이 관심을 두는 문제가 아니다. 인정하든 말든 유엔회원국에 당당히 들어가 있는 국가니까…”
– 베트남에 같이 간 경제 일꾼들이 현지 기업소를 방문했다.
“예전엔 베트남 못 사는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리보다는 낫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그런 식으로 개혁을 한다면야 대찬성이다. 투자하는 나라가 없어서 야단인데 문제는 조선에 투자할 나라가 있는가 하는 거다. 그게 의문이긴 하다.”
– 향후 미국과 또 만날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원수님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 같은 평백성이 말해 뭐 달라지겠나. 그래도 희망을 말해본다면 세계 정세에 따르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그 바람이 제일 크다. 다만 김 씨 가족이 내려오던 방식이 쉽게 바뀌어 질까 하는 의구심은 아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