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핵무기, 추출 플루토늄 계속 無言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2일 북한이 올 연말까지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 하고 핵 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힘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마친 뒤 주제네바 미국대표부 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한 것 중 하나는 북한이 2007년 말까지 그들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고 그들의 핵시설들을 불능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핵 연내불능화 = 힐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올 연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에 나서겠다고 합의했다”는 부분이다.

‘2·13 합의’ 초기단계 조치가 마무리되고 ‘비핵화 2단계’ 진입을 앞두고 있는 북한이 미국측이 제시한 ‘시한’을 수용하며 세부적인 ‘시간표’ 작성에 동의한 것은 북핵 로드맵의 ‘모멘텀’을 한층 강화해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불능화되어야 하는 시설들을 불능화시킨다는 것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일례로 거기에는 영변의 원자로가 포함되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핵화 2단계 조치 중 하나인 ‘불능화’는 북한 내 모든 핵시설들을 다시는 가동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다. 지난 달 중국 선양에서 열렸던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선 불능화 방법에 대해 원자로 핵심 부품인 제어봉 구동장치를 제거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이 ‘연내 불능화’에 합의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여러 변수가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핵시설 불능화에 착수하기 위해선 경수로 건설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 문제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에서 핵시설 불능화에 관한 논의와 함께 북측이 경수로 제공 문제를 들고나올 경우 회담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 북한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작업과 함께 동시에 추진될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의 가장 큰 핵심은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의 발원지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보유 의혹 해소와 ‘기존 핵무기’를 리스트에 포함시키느냐의 문제다.

이번 회의에서는 UEP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선양에서 열렸던 비핵화 회의에서 아무런 조건없이 핵 프로그램 신고 과정에서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진전된 입장을 미국측에 제시한 것으로 관측된다.

힐 차관보는 이에 대해 ” 이 문제(UEP 보유 의혹)에 대해 매우 좋은 논의를 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핵 프로그램의 전면신고와 관련해 해결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UEP도 전면 신고에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신고 대상은 “모든 핵 프로그램”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기존 핵무기’와 ‘추출된 플루토늄’이 핵 프로그램 신고 리스트에 포함되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단 그동안 북한이 누차 밝혀왔듯이 이번 핵 프로그램 신고 대상에 기존 핵무기를 포함시켰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핵시설 불능화야 정치.경제적 반대급부를 얻기 위해 양보할 수 있지만 체제유지용 성격이 강한 핵무기를 쉽게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 테러지원국·적성국교역법 삭제 =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연내 불능화’와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에 쉽게 합의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집요하게 요구해온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에 방안에 대한 구체적 언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관련해 미국이 구체적 언질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보상조치란 우리를 적대하는 정책을 바꾼다, 평화공존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법률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뜻”이라면서 “그것을 해석해 보라”고 말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시아.태평양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미 선택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적대시정책의 변화를 암시하며 북한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는 ‘부시 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호응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일본인 납치문제와 연관 짓고 있어 5~6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릴 예정인 일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결과가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북 관계정상화 회의가 예상보다 긍정적인 메시지들을 담고 있어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북한이 언제 다시 강경 모드로 전환할지 모른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시한이 4개월 밖에 남지 않아 그 안에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고,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기존 핵무기에 대한 폐기를 결단해야 할 내년 상반기를 즈음해서 급격한 상황변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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