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기조발언으로 본 쟁점과 전망

남북이 제18차 장관급회담에서 발표한 기조발언을 보면 우리측은 새로운 의제를 적지 않게 내놓은 반면 북측은 대체로 종전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측의 경우 자원개발특구 지정안과 한강하구 공동이용사업, 납북자 문제 해결, 공동방재협의체 구성 등 눈에 띄는 제안을 했지만 북측은 합동군사연습 중단, 참관지 자유방문 허용 등 기존 주장을 답습했기 때문이다.

다만 북측 제안 중에는 일본의 탐사선 파견 움직임에 남북이 공동으로 단호하게 대응하자는 것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인 6.15 6돌 기념행사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 등을 새로운 것으로 꼽을 수 있다.

남북은 22일 수석대표와 실무대표 접촉을 갖고 서로 기조발언에 대한 배경 설명을 주고 받았지만 의제별로 구체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측이 제안한 납북자 문제는 북측이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북측의 요구사항 또한 당장 해결이 어려운 중장기적인 과제인 만큼 공동보도문 도출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 단천자원특구 확답 받기 어려울 듯 = 민족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경남도 단천 지역을 민족공동자원개발 특구로 지정하자는 우리측 제안은 금강산관광지구, 개성공업지구에 이어 남북 간 세번째 특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매장량 3억t으로 추정되는 검덕 아연 광산과 36억t이 묻혀 있다는 룡양 마그네사이트 광산이 있고 금, 은, 몰리브덴 등도 매장돼 있어 단천 지역이 각종 지하자원의 보고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세계1위로 알려져 있다.

광산 뿐 아니라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단천마그네샤(마그네사이트)공장, 단천제련소 등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고 김책제철연합기업소가 있는 김책시와도 맞닿아 있다. 항만시설도 갖추고 있어 개발이 이뤄지면 해상수송도 용이하다.

이미 대한광업진흥공사가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광산과 검덕 아연광산을 북측과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바 있다.

우리측은 일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공업-광업 협력과는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협위가 투자.개발에 합의한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광종과 이번 단천이 보유한 광물이 겹친다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경공업-광업 협력의 큰 틀 안에 합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핵심 자원기지를 남측에 개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 시간에 걸친 저울질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이번 공동보도문에는 `단천’이라는 지명이 들어갈 정도로 구체화되기는 힘들며, 자원개발 협력방안에 대해 계속 협의하자는 원칙적인 입장 하에 `계속 과제’로 넘기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강하구 공동이용은 군사 당국 판단에 달려 = 한강하구 공동이용 사업은 모래 채취를 통한 골재난 해소, 준설효과를 통한 남측 지역의 홍수피해 방지, 수로 이용, 군사적 긴장완화 등을 염두에 둔 다목적 카드다.

해당 유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을 연결하는 남북한의 경계선 인근으로 한강, 예성강, 임진강이 합류하는 곳을 말한다. 북측의 연안군, 개풍군, 판문군, 남측의 강화, 김포 등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지역이다.

이 곳의 면적을 굳이 따지자면 130㎢에 달한다고 정부측은 설명했다. 양질의 모래가 최소 10억㎥(루베)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1년에 2천500만㎥만 개발해도 연간 1억㎥로 추정되는 국내 모래수요의 절반을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취지는 좋지만 해당 유역이 양측의 군이 대치하고 있는 중립지역인 만큼 군사 당국의 양해 없이는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해 6월 당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서해상 공동어로를 제안, 남북이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군사당국 사이에 공동어로수역 설정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진척이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이런 사정에 비춰 이번 회담에서 북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향후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과정에 들어갈 경우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남북이 제18차 장관급회담에서 발표한 기조발언을 보면 우리측은 새로운 의제를 적지 않게 내놓은 반면 북측은 대체로 종전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는 최대 난제 = 납북자 문제는 우리측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의제인 만큼 대북 설득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북측이 보여 온 부정적 태도로 미뤄 진전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난제다.

이번이 종전 회담과 다른 점은 우리측이 지난 달부터 납북자 문제를 풀기 위해 대북 경제지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황에서 열렸다는 점이다.

`과감한 경제적 지원’이라는 표현까지 나온 상황이다.

그 연장선상에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22일 전체회의기조발언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국군포로 및 전쟁시기 이후 소식을 알 수 없는 사람들(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며 “북측이 대범한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측도 이에 상응하는 협력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같은 날 오후 100분에 걸쳐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와 수석대표 접촉을 갖고 납북자 문제의 해법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우리측 움직임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23일 오전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납북자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북측의 태도와 주변정세 등을 감안할때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북측으로서는 우리측이 밝힌 대북지원의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한데다 사안의 성격상 내부 의견 조율을 거쳐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일단은 즉답을 피한 뒤 시간을 벌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공동보도문에 들어가더라도 `이산가족 문제에 전쟁시기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확인 문제를 포함시켜 협의.해결한다’며 납북자를 의미하는 `전후’ 시기를 처음 언급한 지난 2월 7차 적십자회담 합의문에서 조금 진척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 북측 `3대 장벽 철폐’ 요구로 난항 예상 = 북측 권호웅 단장은 이번에 “남측이 대결시대의 그릇된 관행과 관습, 제도적 장벽들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며 “정치.군사.경제 관계에서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올해 6.15를 계기로 자기측 인원들이 상대측 성지(聖地)와 명소, 참관지들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군사적으로는 내년 1월부터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완전 중지할 것을 각각 요구했다.

권 단장은 경제적으로는 “외세의 간섭과 규제에 구애됨이 없이 지역과 업종, 규모에서 제한 없는 투자와 협력을 실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작년 작년 12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17차 장관급회담 기본발언에서 내놓았던 이른바 `3대 장벽’의 철폐를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다만 올해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이 이미 끝난 점을 감안해 군사연습을 중단하는 시기를 내년으로 한 해 미룬 점과 `정치적 장벽’ 가운데 지난해 요구했던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단,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사표시에 대한 제동 및 박해 금지, `구시대적’ 법률 및 제도적 장치의 철폐 등이 이번에는 빠진 것이 달라진 점이다.

이번에도 제기한 방문지 제한 철폐 요구는 북측 대표단은 지난해 국립현충원까지 참배했는데도 우리측 당국은 남측 주민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이나 혁명열사릉 등을 방문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요구는 국가보안법과 무관하지 않다. 남측 주민이 그런 곳에 가거나, 가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 등에 따라 법적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국내법과 제도적 측면, 국민정서, 남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복잡한 의제로, 남북관계가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갖고 대응해 왔다.

합동군사연습 중단 문제는 북측이 매번 되풀이하는 해묵은 요구사항이다. 이에대해 우리측은 방어용 연례연습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풀 수 있는 과제로 보는 관측도 있다.

이와 함께 지역과 업종, 규모에서 제한 없는 투자와 협력을 실현해야 한다는 북측의 주장은 우리측 당국이 대북 경협을 일정 부분 차단하고 있지 않느냐는 불만과 전략물자 수출입 통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렇듯 북측 요구의 대부분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고 무겁고 복잡한 성격을띠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의 막판까지 진전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권 단장이 이번 기본발언에서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상급(장관급)회담의 존재 의의가 없고 북남관계도 단절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회담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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