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 본 북한의 핵연료봉 인출

북한이 11일 영변의 5MW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천개를 꺼내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그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달 초 평양을 찾은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에게 연료봉 제거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정해진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인출 속도가 예상보다 ‘단축’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연료봉 인출 과정 = 인출작업이 의외로 빨리 이뤄졌다고 보는 관측은 원자로를 냉각하는 데 한 달이 걸리고 그 다음에 연료봉 8천개를 꺼내는 작업에는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기술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북한이 해리슨 선임연구원에게 인출작업 기간을 “이달(4월)부터 연료봉 제거작업을 시작, 3개월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데서 볼 수 있듯이 원자로 가동 중단시기가 4월초를 전후한 시기라고 가정해도 6월은 돼야 끝날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를 감안한 듯 이날 “최단기간내 성과적으로 끝냈다”고 인출 기간 단축에 의미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대 원자력 연구센터의 강정민 박사는 “북한이 모방한 영국의 칼더 홀(Calder Hall) 원자로의 경우 연료봉 인출 속도가 하루 120개(0.75t) 정도지만 북한의 기술을 감안할 때 그 보다 더딜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하루에 120개가 넘는 양을 뽑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폐연료봉 하나의 무게는 6.25kg 가량으로 8천개는 50t 정도 된다.

북한의 이날 발표가 사실이라면 ▲영변 원자로가 영국의 모델보다 더 개선된 것이거나 ▲작업자의 피폭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작업을 완료하지 못한 채 최근 정세를 감안해 이미 끝낸 것처럼 발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작업기간 단축에 의미를 두는 시각과는 달리 북한의 핵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연료봉 인출작업을 1개월 정도면 마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인출 다음 절차는 = 인출 이후에는 우선 수조에 담궈 냉각기를 거친다.

북한측 발표대로라면 원자로와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는 시설에 있는 수조로 옮겨 이미 냉각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은 보통 석 달로 보지만 무리할 경우 두 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냉각이 끝나면 바로 재처리가 가능하다.

여기서 관심사는 방사화학실험실의 재처리능력. 이는 북한이 지난 해 1월 영변 핵시설로 미국의 방문단을 데려가 자신들의 능력을 설명한 대목에 자세히 나온다.

당시 방문단으로 영변을 찾았던 미 로스 앨러모스 핵연구소장 출신의 헤커 박사는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측은 방사화학실험실 시설능력이 하루 6시간씩 4교대로 폐연료봉 375kg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측은 또 정상적인 가동조건에서 1년에 110t의 폐연료봉을 처리할 수 있다면서 1994년 북ㆍ미 제네바 합의 이후 수조에 보관하던 8천개의 폐연료봉을 2003년 1월 중순부터 2003년 6월 말까지 재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기존 폐연료봉 8천개의 재처리 완료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고 재처리 능력 주장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런 북한측 주장대로라면 이번에 연료봉을 모두 빼내더라도 6개월 내에 재처리를 끝낼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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