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미쓰히코 『북한의 경제』

북한의 경제에 대한 연구는 다른 국가의 경제를 연구할 때보다 힘들 수밖에 없다. 워낙 폐쇄된 사회이기에 제대로 된 자료에 접근하기 쉽지 않고, 독재 국가의 특성상 통계를 조작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북한의 경제에 대해 이해해야 할까?

일본의 기무라 미쓰히코 교수의 책 『북한의 경제』(혜안 刊)는 북한의 경제를 전체주의적․독재적 정권의 산물이라고 진단한다. 즉 사회주의 계획 경제가 아닌 ‘무계획의 명령경제’라고 진단한다.

그는 한국전쟁 중에 미군이 탈취한 ‘북한포획문서’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 문서들은 1945-1950년의 북한 내부사정을 보여주는 자료들로써, 지금까지의 연구가 주로 정치학적인 분야에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경제 관계 자료에 중점을 두어 분석했다. 또한 구소련이 붕괴하기 전부터 공개된 구소련의 문서와 월남자들의 증언 및 북한의 출판물들 역시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명령경제 체제’ 구성원리

저자는 애초부터 김일성에게 계획경제의 의지가 없었다고 본다. 계획경제는 계획을 입안하는 데 있어서 경제 관료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수령권력의 제약을 의미하기 때문에 김일성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계획을 위해서는 수만 가지 재화의 투입 및 산출을 통제할 고급관료 집단이 필요한데, 북한에는 그러한 전문가 집단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독재모델’을 바탕으로 북한, 즉 김일성 체제를 분석한다. 독재모델의 특징은 1)단일한 지배자, 즉 독재자가 국가를 통치한다. 2)독재자는 국민들로부터 독점적으로 세를 징수하고, 그것을 재원으로 삼아 공공재(公共財)를 제공한다. 3)독재자에게는 잠재적인 라이벌이 존재한다. 라이벌은 국내의 개인 또는 다른 국가이고, 독재자의 권력을 위협한다는 것이며, 이 모델을 기초로 한 김일성 체제의 기본적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우선 광복 후 김일성 정권은 재산권의 국가 독점을 추진하는데, 주요 광공업의 국유화, 농업 및 중소 상공업의 협동화는 그 일환이었다. 다른 한편 김일성은 자신의 라이벌들을 차례로 숙청하고 1960년대에는 독재적 권력을 확립한다. 그 결과 실질적으로 독재자 김일성에 의한 재산권 독점이 완성되었다. 그것은 노동에까지 미치는데, 김일성이 의도한대로 노동자를 생산활동에 ‘동원’하여 그 성과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김일성은 재화 거래권과 정보까지 독점하였으며, 자신의 숭배원리를 확립하고 독재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까지 독점하였다. 이리하여 김일성은 독재체제 하의 ‘명령경제체제’를 만들었던 것이다.

북한 경제의 뿌리는 일본제국주의 전시동원정책

한편, 저자는 이러한 내용이 공산주의와 반공적 국가주의에 공통된 전체주의 사상에 입각하며, 그 기원이 일본제국주의에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제국에서 경제 통제정책을 주도한 것은 소위 육군통제파와 이들과 연결된 혁신 관료였다. 그들은 1930년대에 소련(및 나치)의 정치 경제 통제나 계획화를 열심히 연구하고 그것을 모델로 삼아 일본제국에서 국민통제의 강화와 경제계획화를 꾀하였다고 한다. 이리하여 전시 말기 일본제국에서 자유주의 경제적 요소가 거의 사라지게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식민지 조선은 일본 이상으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요소가 결여되었으며, 전시기간(1920년 이후 상당한 발전을 이룩한) 시장경제가 파괴되자 전체주의가 정치 사상 경제를 지배하였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50~60년대에는 농본적 대중적 전체주의인 모택동주의의 영향이 중첩되어 현재의 ‘무계획의 명령경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광복 후, 북한의 상급관료는 축출되었지만 중 하급 관료는 새로운 정권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했는데, 그들에게 통제란 이미 대단히 익숙한 것이었으며 그들이 수행해야 할 일은 발상과 개념, 방법에서 기본적으로 일제시대와 동일했던 것으로 저자는 본다.

이러한 체제 하에서 김일성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재화의 생산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국내 자원을 대량으로 투입하는데, 그것은 50~60년대에 걸쳐 일정한 생산의 증가를 가져왔다. 하지만 수확체감의 작용이 강력히 작동하면서 생산성이 급속하게 떨어졌으며, 기술은 정체하거나 퇴보하였다. 사람들은 무질서한 명령의 난발, 불공평한 분배, 간부의 낭비가 초기 이래 계속 되면서 근로의욕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들은 직장에서 되도록이면 일을 하지 않고 한편으로는 사적 이익의 추구, 즉 지위․직무를 이용하여 각종 편의를 획득하고, 공공재산을 횡령하거나 부정유출을 하고, 가정에서 작물을 재배하여 부업, 암거래에 노력을 쏟았다. 이러한 이유들로 경제는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를 계속하고, 전근대성을 강화시켰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김정일, 권력양도 없을 것

아쉽게도 책에는 저자의 말처럼 김정일 수령독재체제에 대한 평가가 없다. 더욱이 1999년에 나온 책이기에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등의 북한의 경제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빠져있다.

여하튼 저자는 김정일 정권이 대의를 위해 일부라도 자기 권력을 양도하리라는 기대 따위는 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의 전체주의적, 독재적 성격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정권이 자기 자신의 권력 기반을 위험스럽게 만들 개혁․개방에 진심으로 착수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이 책은 북한의 경제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담고 있다.

류현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학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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