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저녁 황해북도에서 발생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버스 전복 사고의 원인이 기름을 아끼기 위해 내리막에서 기어를 중립에 놓고 주행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중국 내 여행사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대북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국 내 북한 전문 여행사들에서 ‘관광객 버스사고는 운전자가 무동력 주행(타력주행)을 했기 때문’ ‘거기에 운전 미숙이 더해져 차가 전복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추후에 북한 측에 ‘주행 시 기어를 중립에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무동력 주행은 기어를 중립에 두고 시동을 완전히 끄는 것을 말한다. 장거리 운행시 연료비 절약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오직 제동을 풋(foot) 브레이크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북한 운전사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리막길 등에선 엔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도록 저단 기어로 해 놓고 운전해야 하지만, ‘절약’만을 생각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내의 한 탈북민은 “북한에는 산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내리막길에서 무동력 주행을 많이 한다”며 “이렇게 기름값이 긴장될(오를) 때는 이런 위험을 알고도 간과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사가 크지 않을 때는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시동을 완전히 끄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사고가 많이 나곤 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22일에 사고 현장부근에는 폭우가 쏟아졌다는 점도 대형 사고 발생 요인으로 보인다. 40명가량이 타고 있는 버스가 빗길에 타력 주행을 해 제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교통안전공단은 2017년 6월 실험을 통해 버스가 시속 50km로 달릴 때 마른도로와 빗길에서 제동거리는 약 1.7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한과 중국 당국 모두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원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